가마란
“에도 중기, 힘 외에는 믿는 것이 없고, 전쟁에 광란하는 것 외에는 살 방도를 모르는 죄 많은 무예자들이 모여 사는 번(藩)이 있었다. 그 이름은 ‘악귀의 소굴’ 우나바라(海原)번” 역사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는 언제나 재미있다. 어릴 적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손...
2011-08-22
김진수
“에도 중기, 힘 외에는 믿는 것이 없고, 전쟁에 광란하는 것 외에는 살 방도를 모르는 죄 많은 무예자들이 모여 사는 번(藩)이 있었다. 그 이름은 ‘악귀의 소굴’ 우나바라(海原)번” 역사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는 언제나 재미있다. 어릴 적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손자손녀에게 해주시던 ‘옛날이야기’라는 느낌도 있고, 왠지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에이, 거짓말’ 하면서도 이야기를 듣던 그 순간만큼은 상상의 나래를 펴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던 느낌이 생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판타지의 모든 기본은 작가의 세계관에서 시작된다. 작가가 머릿속에서 창조한 세계가 얼마나 매력적인 규칙으로 움직이느냐가 작품 성패의 가장 큰 열쇠다. 현실에는 없는 이 공상의 세계 속에서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동료를 모아 몬스터를 사냥하러 가기도하고, 초능력을 이용해 외계인과 화려한 전투를 벌이기도 하며, 시공을 초월한 장절한 사랑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무엇보다도, ‘그들이 움직이는 이 세계의 룰은 뭐지?’가 독자들을 작품에 감정이입 시키는 가장 큰 요소이며 이야기를 때론 재미있게, 때론 감동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가장 큰 로드맵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안전한 판타지는 실제 역사에서 출발하는 판타지이다. 실제로 과거에 존재했던 시대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에도 가장 좋고, 현실과 상상을 적당히 뒤섞어놓은 이야기의 구조가 읽는 이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기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했어...간신히 제때 도착했다, 이젠 시험해보는 것만 남았어! ‘천 명 참살자’ 쿠로가네 진스케를-! 몇 년 전 우나바라 번 저잣거리에 홀연히 나타난 의문의 사나이 쿠로카네 진스케....그자는 그 후 몇 년 동안 천 명의 무예자들을 베고 다녔다. 그리고 수많은 의문점을 남겨두고 또다시 자취를 감췄다....그 진스케의 유파로 알려진 것이 이 ‘오오가메류’, 과연 얼마나 대단한 검일까? 똑똑히 지켜봐 주겠어.” 여기에 소개하는 “가마란”은 ‘에도 막부 중기’라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둔 무협 판타지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은 일본만화 “무한의 주인”같은 작품인데, “무한의 주인”이 잔인할 정도로 세밀한 묘사와 섬뜩한 느낌의 연출로 주로 성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제작된 무협 판타지라면, “가마란”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눈높이 맞추어 제작된 무협 판타지이다. 무엇보다도 그림의 느낌이 아주 심플하고 아이들이 열광할만한 환상적인 필살기들이 개성강한 캐릭터들에 의해 매 장마다 펼쳐진다. 이야기의 구조는 아주 간단하다. 살인 정도는 ‘가볍게 해버리는’ 일본 각지에서 몰려든 ‘힘’만을 추구하는 무예자들이 모여 사는 우나바라번에서 차기 영주를 뽑기 위한 무술대회가 열린다. 번주의 서른 명이 넘는 아들들은 각자 자신의 대리인으로 싸워 줄 무술의 유파를 데리고 참전, ‘최강이자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극한 서바이벌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재미있고 신나게 구성된 에피소드들과 다양한 무술 유파들이 매회 등장해 주인공과 결투를 벌인다는 점에서 남자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환영받을만한 무협판타지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