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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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페이지

“서기 184년 중국대륙, 후한의 수도인 낙양은 도덕적 해이와 퇴폐에 젖어있었다. 고관과 환관들은 돈으로 관직을 사고 팔았으며 백성들은 과중한 세금으로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 혼란은, 천 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끊임없이 수많은 각색이 더해질 정도로 많은 영...

2011-08-18 석재정
“서기 184년 중국대륙, 후한의 수도인 낙양은 도덕적 해이와 퇴폐에 젖어있었다. 고관과 환관들은 돈으로 관직을 사고 팔았으며 백성들은 과중한 세금으로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 혼란은, 천 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끊임없이 수많은 각색이 더해질 정도로 많은 영웅호걸들을 만들어 내었다.” 나관중이 쓴 소설 “삼국지연의”는 이젠 아시아를 넘어서 전 세계를 아우르는 최고의 콘텐츠가 되었다. 후한 말 천하의 패권을 둘러싸고 세 명의 영웅들이 쟁패를 벌이는 이 이야기는 방대한 분량의 에피소드 속에 정치, 경제, 사회, 지략, 전투, 영웅, 사랑, 음모 등등 인간이 상상해낼 수 있는 모든 것이 망라된 최강의 스토리로 진화했고, 뛰어난 극적 구성을 통해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최고의 재미를 갖춘 소설이 되었다. “삼국지연의”의 무서운 점은 후대의 작가들을 통해 현 시점에서도 계속적인 진화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만 봐도 이문열, 황석영, 장정일 등 시대를 아우르는 작가들이 소설로 리메이크했으며 엄청난 판매부수를 올릴 만큼 최고의 원작으로 대우받고 있다. 옆 나라 일본에서는 단순한 소설 리메이크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등 2차 산업으로서도 확실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최강의 소스다. 삼국지연의의 고향 중국에서는 세계적인 감독들에 의해 드라마나 영화 같은 동영상 콘텐츠로 재탄생되며 매번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람페이지”는 “삼국지연의”를 일본만화 스타일로 각색한 일종의 판타지다. 유비가 선인(仙人)의 임무를 부여 받은 아름다운 남장여자로 등장하고 있으며 작품의 주인공은 장비다. 원작에서는 장비가 유비와 도원결의를 맺은 용장으로 등장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별볼일 없는 좀도둑으로 등장해서 ‘죽음’을 관장하는 신 북두(北斗)의 영혼이 깃든 ‘사모 창’을 이어받는 남자로 진화한다. “중평 원년, 태평도 교조 장각은 여러 지역의 역병을 도술로 치료하면서 사람들의 신망을 얻어 스스로 황색 건을 머리에 두르고 황건당을 결성한다. 장각의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신자가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만에 이르렀다. 인심이 한왕조에게서 이미 떠났다는 것을 알아차린 장각은 창천은 이미 사라지고 황천이 새로이 일어선다는 구호를 내걸고 백성들을 무장봉기시켰다. 그러나 백성들의 희망이었던 황건군은 만성적인 물자부족 때문에 점차 약탈을 일삼는 반란군이 되어 오히려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람페이지”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어렵다. 삼국지연의를 원작이나 소스로 삼은 대다수의 작품들이 그렇듯, 일단 먼저 “삼국지”를 읽어보는 것이 우선이다. 원작의 이야기와 인물, 진행방향을 어느 정도 숙지한 후에 ‘삼국지’를 판타지로 각색한 작품들을 접하면 원작과는 아주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들만으로도 끊임없이 다양한 각색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 소설의 무서운 점이다. 필자의 단견으로는,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하신 고(故)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를 이 작품에 앞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