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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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코

“누군가가 말했다. 서리가 내리듯 혀 위에서 살살 녹는 짐승의 고기가 있다고, 탱탱하게 속이 꽉 찬 오마르 새우나 왕게의 살이 1년 내내 열리는 나무가 있다고, 호박색의 질 좋고 감미로운 브랜디가 쉴 새 없이 솟아오르는 샘이 있다고, 사람들은 매료된다! 미지의 맛에!!...

2011-07-29 김진수
“누군가가 말했다. 서리가 내리듯 혀 위에서 살살 녹는 짐승의 고기가 있다고, 탱탱하게 속이 꽉 찬 오마르 새우나 왕게의 살이 1년 내내 열리는 나무가 있다고, 호박색의 질 좋고 감미로운 브랜디가 쉴 새 없이 솟아오르는 샘이 있다고, 사람들은 매료된다! 미지의 맛에!! 세상은 미식의 시대, 개척되지 않은 맛을 탐구하는 시대” 일본산(産) 요리만화의 끝은 과연 어딜까? 아주 일반적이고 정석적인 대표작 “맛의 달인”부터 일본 요리 만화를 최정상의 위치에 올려놓은 “미스터 초밥왕”,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중국요리사를 꿈꾸게 만든 “중화일미” 등등 손으로 일일이 꼽기 힘들 정도로 일본에서 배출해 낸 웰메이드 요리 만화는 정말 많다. 여기에 소개하는 신작 “토리코”는 요리라는 극히 일반적이고 사실적인 소재를 판타지라는 새로운 장르에 훌륭하게 접합시킨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한국어 판으로는 아직 1권밖에 나오질 않아서 자세한 소개 글을 전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거라 예상했지만, 읽어본 결과, 딱 한 권만으로도 이 작품의 방향성과 재미를 알리기엔 충분할 것 같다. “미식가, 개척되지 않는 맛과 누구도 보지 못한 요리 재료를 직접 찾아서 포획하는 식(食)의 탐구자이다. 현재 세계에는 약 30만 가지의 요리 재료가 존재하는데, 그 중 2퍼센트는 토리코가 발견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미식가 시대의 카리스마인 것이다.” 작품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 “토리코”는 ‘미식가’라는 직업을 가진 ‘판타지 스타’다. 이 만화가 단순한 요리 만화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미리 못을 박자면, 이 작품은 “요리를 소재로 한 판타지”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토리코의 직업인 미식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미식가가 아니라, 세계에 숨어있는 희귀재료를 발견하고 그것을 포획하거나 사냥해서 고가(高價)에 파는, 일종의 프로 사냥꾼이자 탐험가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하는 무서운 괴물이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희귀한 음식 재료들을 발견하고, 사냥까지 하는 토리코는 엄청난 힘과 신의 영역에 도달한 오감, 상상조차하기 힘든 사냥기술을 고루 갖춘 남자인데, 쉽게 생각해서 무협지에나 등장할 법한 주인공이라고 보면 되겠다. “야생 짐승에 IGO가 정한 ‘포획 레벨’, 그건 그 짐승을 잡는 ‘난이도’를 나타내는 것인데, 포획레벨 1이 사냥총을 가진 프로 헌터 열 명이 달려들어서 겨우 잡을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하면 돼….” “토리코”는 새로운 즐거움으로 가득 차있다. 앞으로 요리 만화가 진화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여실히 증명하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만화는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에 충실하면서도 일본 요리 만화의 장점인 리얼함과 상세함을 모두 갖췄다. 상상 속의 풀코스 메뉴를 위해 전 세계의 오지를 탐험하며 사냥을 즐기고, 더불어 살아있다는 행복감까지도 느끼게 해주는 토리코의 행보에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