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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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웨인의 1904 경성기담

“옛날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 왔지만, 모두가 믿지 않은 기묘한 이야기, 나의 기억 저편 끝자락에 자리 잡은…사람들에게 잊힌 그 이야기를 지금 시작해볼까 한다.” “대한민국 대표 순정만화잡지”라는 타이틀을 걸고 1993년도에 창간해 2010년도에도 여전히 순항...

2011-07-28 석재정
“옛날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 왔지만, 모두가 믿지 않은 기묘한 이야기, 나의 기억 저편 끝자락에 자리 잡은…사람들에게 잊힌 그 이야기를 지금 시작해볼까 한다.” “대한민국 대표 순정만화잡지”라는 타이틀을 걸고 1993년도에 창간해 2010년도에도 여전히 순항 중인 격주간 만화잡지 “윙크”는 18년의 세월 동안 대한민국 순정 만화계를 대표하는 많은 작품들과 뛰어난 순정 작가들을 꾸준히 배출해냈다. 가장 최근의 대표작으로는 드라마와 뮤지컬로까지 확장된 박소희의 “궁”이 있고, 천계영의 “하이힐을 신은 소녀”나 박희정의 “마틴 앤 존”같은 중견작가들의 관록 있는 작품들도 얼마 전 연재를 마쳤으며, 조주희의 “키친”이나 윤미경의 “하백의 신부”같은 젊은 작가들의 수작들도 가열차게 연재 중이다. 만화산업에 있어 ‘매체’, 즉 잡지의 필요성은 더 이상의 논의가 필요 없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현재 한국 만화산업의 지형도는 더 이상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종이잡지를 거대 포털사이트가 힘으로 밀어 부치는 웹진이 점차 대체해가는 형국이지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오프라인으로 대표되는 종이지면과 온라인으로 대표되는 스크롤 - 모니터의 표현방식 자체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매체의 형태에 따라 작품의 본질 자체가 매우 달라지므로 그것을 간과한 채 어느 한 쪽으로만 편중된다면 한국의 만화산업은 매우 기형적인 구조로 변해버릴 것이다. 그래서 18년째 한국 만화잡지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윙크’의 존재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럼 교환을 하자! 네가 필요한 것과 내가 필요한 것을.” 여기에 소개하는 “Mr. 웨인의 1904 경성기담”은 “윙크”에 연재되고 있는, 신인작가 최소영의 첫 장편으로 선교사도 아니고 의사도 아닌 정체불명의 외국인 웨인 피셔가 1900년대의 경성을 배경으로 이계의 존재들과 교감하며 퇴마를 행하는 일종의 판타지로 책 표지에는 이 책의 장르를 “구한말 미스터리 활극”이라 정의 내리고 있다. 신인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와 그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지면 위에 구현해낼 수 있는 실력, 즉 작화력과 연출력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소영은 합격이다. 편집부에서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데뷔시켰겠지만, 신인작가의 첫 장편을 볼 때 독자들은 너무 냉정한 눈으로 대하지 않았으면 한다. 누구나 시작은 어설프고, 힘들고, 거칠기 마련이다. 그런 부분을 잘 메워주고 다독이면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편집부의 역할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게 좋은 점은, 적절한 배열과 순서를 따라 구성되고 있는 에피소드의 배치문제이고, 그 다음으로 좋은 점은, 아직까지는 많이 미흡하지만, 매우 독특한 색깔을 갖추고 있는 개성 있는 작화다. 외국인 주인공이 활약하는 1900년대의 경성이라는 작품 컨셉도 매우 신선하다. 윙크에서 또 한 번의 대표작과 좋은 작가가 나오길 기대하며 독자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