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 솔저
“시부야에서 ‘백색’이라면….나다레(雪崩)잖아!! 구성멤버 30명 이상, 시부야에서는 최대급 컬러 갱이라고” (컬러 갱, Color Gang : 팀 색깔로 맞춰 입은 게 특징인 불량집단) 일본산(産) 갱스터 만화에는 아주 전형적인 공식이 있다. “슬램덩크”로 대표...
2011-07-25
김현우
“시부야에서 ‘백색’이라면….나다레(雪崩)잖아!! 구성멤버 30명 이상, 시부야에서는 최대급 컬러 갱이라고” (컬러 갱, Color Gang : 팀 색깔로 맞춰 입은 게 특징인 불량집단) 일본산(産) 갱스터 만화에는 아주 전형적인 공식이 있다. “슬램덩크”로 대표되는 스포츠 만화 장르에 전형적인 공식(주인공의 천재적 재능, 라이벌의 등장 등등)이 있듯이 이 장르에도 동일한 공식들이 존재한다. 첫째, 주인공은 싸움에 있어 최고의 강함을 갖추고 있지만, 권력에는 욕심이 없어야 한다. 둘째, 과거의 인연이든, 현재의 사정이든 간에 주인공과 드라마틱하게 엮이게 되는 라이벌이 등장해야 한다. 셋째, 주인공이 깨부숴야 할 새로운 강적들이 끊임없이 출연해야 한다. 등등 이런 정도일 듯하다. 이 공식들은 작품의 흥행을 위해서는 꼭 적용해야 할 절대적인 규칙처럼 사용되어왔고, 이 규칙에 따라 만들어진 일본산 갱스터 만화는 정형화된 틀 안에서 약간의 변주만으로 끝없는 아류작들을 생산해내는 장르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러나 이러한 갱스터 만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아주 자연스럽고도 세련되게 비껴가면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었던 작품이 있었으니, 야마모토 유이치로의 “골드”가 바로 그런 작품이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시점인 10권에서 한국어 판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더 이상 발매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화가 나는 작품이기도 한데, 뭐가 어찌됐든 이 작품은 나에게 갱스터 만화의 새로운 길을 가르쳐 준 작품이기도 했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사무라이 솔저”는, 바로 이 “골드”의 작가 야마모토 유이치로가 그린 새로운 갱스터 만화로 현재 한국어 판으로 3권까지 출시되었다. “키류 님은 싸움을 엄청 잘해, 시부야의 ‘침묵의 전함’이라 불리는 팀 ‘ZERO’의 우두머리지! 내가 있는 컬러 갱 ‘나다레’, 폭주족 계열인 ‘구렌(紅蓮)’, 싸움꾼 ‘머더코프’…. 시부야에는 강한 팀이 여럿 있지만, 평화주의인 ‘ZERO’가 노려보고 있어서 다툼이 일어나지 않는 거야.” “사무라이 솔저”의 배경은 젊음의 거리 도쿄 시부야다. 시부야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여러 팀의 컬러 갱들과 그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팀으로 만들려 하는 전설적인 팀 ‘ZERO’간에 벌어지는 항쟁이 스토리의 골자이며, 주인공인 후지무라 신타로는 한 때 시부야의 ‘흉룡’이라 불리며 ‘ZERO’의 중추멤버로 명성을 떨치다가 사건에 휘말려 교도소에 갔다 온 사연 있는 남자로 등장한다. 이야기의 중심은 자연히 현재 ‘ZERO’를 이끌고 있는 키류 타츠야와 친구이자 동료였던 키류의 폭주를 막으려는 후지무라 신타로의 갈등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으며, 그 와중에 시부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성 넘치는 갱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간다. 화려한 볼거리로 작품을 끌고 나가지 않고 이 작가 특유의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들을 여러 개 엮어내는 방식이어서 조금 더 고급스럽고 어른스러운 갱스터 만화를 보고자 하시는 분께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