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째로 오븐에 구운 유기농 양파 요리, 오리고기와 신선한 양상추 샐러드에 복숭아 설탕 절임이랑 과실주….하이디의 염소젖 치즈와 흰 빵, 무밍의 해먹, 푸우의 나무집….이런 라이프 관련 책들을 보며 이상적인 슬로 라이프를 망상 하는 것이었습니다….우선 인테리어는 화이트와 브라운으로 통일, 정원엔 해먹, 바구니에 와인과 치즈와 과일, 옷은 유기농 코튼, 날마다 고양이와 놀며, 음식도 물론 유기농으로, 빨간 냄비에 라따뚜이를 만들고 종이 팩이 아닌 유리 병에 아크릴 수세미, 식초와 베이킹 소다로 청소….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그러나…..그렇습니다. 내 생활은 슬로 라이프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꿈은 깨알같이 많으면서 대체…왜?” ‘슬로 라이프(slow life)’란, 영어에는 존재하지 않는 표현으로 한국계 일본인 환경 운동가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쓰지 신이치가 처음으로 등장시킨 문구다. 가장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느리고 단순한 삶”이라 말할 수 있는데, 갈수록 황폐해지는 지구환경과 피폐해지는 개인의 삶을 구원할 수 있는 마지막 대안이라 불리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쓰지 신이치는 자신의 저서인 “슬로 라이프”에서 70여 가지의 키워드로 ‘슬로 라이프의 현장을 소개하는데 걷기, 방랑, 슬로 푸드, 슬로 머니, 슬로 러브, 슬로 워터, 씨앗, 스몰, 원주민 달력, 인디언 타임, 에코 이코노미, 슬로 타운, 나무 늘보 등등의 키워드로 지구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고 있다. 요즘 한국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유기농 식품이나, 친환경 소재 가구나 의류, 재활용 상품 등도 슬로 라이프의 곁가지에 해당하는 유형들일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슬로 라이프를 꿈꾸며”는 슬로 라이프를 동경하는 직장인 싱글녀가 자신의 생활패턴을 하나하나 친환경적으로 바꿔가는 일종의 입문서라 할 수 있다. “더러운 방에는 행복이 안 찾아온다고 하잖아~”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아마도 ‘로하스(Lohas)’일 것이다.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머리 글자를 딴 단어로 의역하자면 ‘건강과 환경이 결합된 소비자들의 생활패턴’이라 할 수 있겠다. 건강과 환경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소비방식을 뜻하기도 하며 웰빙과 유사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생활방식을 선호하며 이런 라이프 스타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로하스족(族)’이라 부르는데 이들은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파괴를 최소화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경향을 보인다. 또한 정보에 밝고 상품광고에 현혹되지 않으며 독자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의 소비패턴은 유기농 재배 농산물을 비롯하여 에너지 효율 가전 제품, 태양열 전력, 대체 의약품과 요가 테이프, 환경 친화적 여행상품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며 이로 인해 ‘자연경영’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슬로 라이프 실천 규칙, 1, 청소한다, 2, 예쁜 잡화로 의욕을 살린다, 3, 식사와 건강에 신경 쓴다, (가급적 핸드 메이드, 재활용으로…)” 이 책의 주인공이자 작가이자 화자(話者)인 미와코는 출판사에서 근무하며 프리랜서 편집자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취미는 에도 말기의 사적 산책과 피규어 모으기 & 축구 관전이다. “슬로 라이프”를 무척이나 동경하지만 일에 쫓기고, 귀찮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너무나 금방 포기해버리기 때문에 방은 항상 지저분하고 음식은 패스트푸드 아니면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기 일쑤다. 그랬던 그녀가 자신과 비슷한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던 토모라는 친구의 신혼 집에 초대받게 되면서 로하스 족으로 변해버린 친구의 환경에 큰 충격과 자극을 받게 된다. 이후 적극적인 실천으로 슬로 라이프 & 로하스를 지향하게 된 미와코는 하나하나 자신의 생활패턴을 바꾸어나가기 시작한다. “분명히 말해서, 미와코 씬 욕심이 너무 많아요!! 코타츠 탁자는 식탁 겸 화장대 겸 작업대이고, 작업책상은 반은 취미 공간이 되어버렸군요….식탁은 식사할 때만, 작업책상은 일할 때만! 욕심을 부려 하나의 장소에 너무 많은 기능을 부여하고 있어요!” 이 책의 유용한 점은 아주 구체적이고 실용적으로 ‘슬로 라이프’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가이드를 해준다는 점이다. 만화라기 보다는 만화로 된 일종의 가이드북이라 하는 것이 더 옳다고 할 정도로 매우 상세하고 섬세하게 ‘슬로 라이프’의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해준다. 가구 고르는 법, 음식 하는 법, 재활용 핸드메이드 제품 만드는 법, 청소 하는 법 등등 슬로 라이프와 로하스에 맞는 라이프 스타일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를 매 챕터마다 상세한 설명과 함께 친절한 만화적 구성으로 풀어내고 있다. 끝으로 이 책의 주제이자 정신이라 할 수 있는 책의 마지막 부분을 소개하며 이 리뷰를 끝내고자 한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귀차니스트라도 힘들지 않은 정도의 슬로 라이프 습관이 몸에 배었습니다. 매일 유기농 재료로 밥을 해먹는 건 무리였지만, 전혀 안 해 먹던 내가 일주일에 한 번 한꺼번에 만들어놓고 먹게 되었습니다. 식재료도 가급적 농약을 적게 쓴 걸로 고르고, 패스트푸드는 끊었습니다, 그렇게 계속하는 동안 건강에 자신이 생겼습니다. 뾰루지 같은 피부 트러블도 없어졌습니다. 화장품 만들기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수납의 달인 선생님이 개조해주신 방은, 마감 전에는 역시 어질러집니다. 하지만 물건을 두는 장소를 정해두면, 아무리 어질러져도 걱정 없답니다! 쓰레기는 아직 많이 쌓여있지만…방을 정리하는 습관이 들어서 로망이었던 홈파티도, 에도 인물 피겨와 축구용품은 여전히 늘어나고 있지만, 뭐 그건 취미니까요, 환경을 위해 분리수거에 힘쓰고 합성세제는 안 쓰고 전기도 아껴 쓰고, 한 계절 입고 버리는 싼 옷보다는 제대로 만든 옷을 아껴 입고…기워 입을 만하면 가급적 기워서…어라? 이건 슬로 라이프라기보다 그냥 옛날의 일본인? 어쩌면 엄마? 아저씨에서 엄마가 된 것뿐인가…? 빨간 주전자와 파스타 통, 해먹이 없어도….옛날 사람들의 그냥 평범한 생활이 나에게 슬로 라이프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