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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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지키는 개

“별을 지키는 개 - 개가 마치 별을 가지고 싶은 것처럼 계속해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에서 유래된 말로, 손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갈구하는 사람을 뜻한다.” 무라카미 다카시 : 1965년 오사카 출생, 1985년 교토 대학 재학 중에 슈에이샤의 《영점프》에 4컷...

2011-07-04 유호연
“별을 지키는 개 - 개가 마치 별을 가지고 싶은 것처럼 계속해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에서 유래된 말로, 손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갈구하는 사람을 뜻한다.” 무라카미 다카시 : 1965년 오사카 출생, 1985년 교토 대학 재학 중에 슈에이샤의 《영점프》에 4컷 만화 〈게으름뱅이가 보았다〉로 데뷔, 일과 공부의 갈림길에서 결국 학업을 포기하고 만화가의 길에 전념하기로 결심한다. 데뷔작 〈게으름뱅이가 보았다〉는 11권까지 출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 아내와 딸과의 실제 생활을 만화로 옮긴 <정말입니다요, 손님>, 인기작 〈게으름뱅이가 보았다〉의 후속편인 <게으름뱅이가 또다시 보았다>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2000년,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와 살게 된 소녀 모모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파지>로 제 4회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들을 유쾌하고, 때로는 독살맞게 묘사한 4컷 만화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가족 간의 따뜻한 유대감을 다룬 <파지>이후, 4컷이 아니라 일반 만화로 따뜻한 이야기를 그려달라는 독자들의 요청이 많았다. 이에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별을 지키는 개>를 후타바샤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별을 지키는 개>는 연재 초기부터 책의 출간 시기를 묻는 독자들의 문의가 쇄도했고, 2009년 7월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 재팬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20여 개의 회사로부터 영화화 제의를 받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한 남자와 개의 따뜻하면서도 애절한 마지막 여행을 다룬 <별을 지키는 개>는 2009년,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심사위원화 추천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간과 동물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만화가 무라카미 다카시는 현재 <별을 지키는 개>의 속편을 《만화액션》에서 집필하고 있다. - 작가 소개글에서 인용 “통보대로 산림도로 옆의 방치된 차량 안에서 남성의 것으로 보이는 유체를 발견, 사후 1년 이상 경과된 것으로 보입니다.” 죽은 지 1년에서 1년 반이 지난 남성의 유체와 그 남자의 발밑에 있던 조그만 개의 유체가 산림대로 옆의 방치된 차안에서 발견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개의 유체는 비교적 최근, 죽은 지 약 3개월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었다. 작가는 매우 쓸쓸하면서도 무언가 미묘한 의문이 남는 남자와 개의 죽음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아주 담담하면서도 애잔한 방식으로 독자들을 감동의 바다로 이끌어 가기 시작한다. “내 맨 처음 기억은 ‘상자’안에서 열심히 짖고 있었던 일이다. 활기차 보이는 여자 아이가 날 안아 올리고는 웃으면서 달렸다. 따뜻하고 좋은 냄새, 무언가로 북북 비비더니 부드러운 천으로 몸을 폭 감싸주었다. 그리고 맛있는 우유를 먹었더니 금세 잠이 왔다. 이곳에 계속 있을 수 있을까...? 그랬음 정말 좋겠다...” <별을 지키는 개>라는 작품을 딱 한 줄로 정리하자면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와 그의 애견이 떠나는 마지막 여행”이다. 가족을 잃은 한 남자와 그의 낡은 자동차, 그리고 늙은 충견 한 마리가 함께 떠나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느낌을 절절하게 보여주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여행길이 이 작품의 뼈대다. 이 작품의 매력은 ‘일본사회의 현재’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 고독, 불황, 정리해고, 황혼이혼, 연고 없는 죽음 등을 아주 담담하고 소소하게 독자들의 가슴에 전달하는 방식이며, 이 자연스러운 공감을 통해 한 인간이 겪는 꿈과 좌절, 그리고 세월이 주는 견고함 등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이야기를 빛나게 해주는 것은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주인의 곁을 지키는 충견 ‘해피’의 존재일 것이다. “고마워, 항상 날 기다려줘서, 그리고 마지막까지 내 곁에 있어줘서.....” 끝없는 애정으로 바라보며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곁을 지켜주는 ‘불변의 존재’ 충견 해피의 모습을 통해, 세월과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하며 어떤 때는 가족마저도 부서져버리는 이 보잘 것 없는 인간의 삶을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작가는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둘의 여행을 그려낸다. “아주 조금씩 변한다고 해도 그게 몇 년이고 쌓이면 상당히 많이 변하게 된다...미쿠는 거의 놀아주지 않게 되었다. 밥도 요즈음은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줄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산책만은 언제나 아빠.” 이 작품은 두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본편인 “별을 지키는 개”는 한 남자와 충견 해피의 여행이야기이고 뒤에 붙어있는 “해바라기”는 무연고 죽음을 처리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위해 그들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여행길을 마치 추적하듯 스스로 차를 몰아 되돌아가면서 언제부턴가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되는 사회복지사의 이야기다. “아빠, 전 알아요, 인간은 개 앞에서는 솔직해진다는 것을, 아빠가 떠난 뒤 이 아이는 절 꼭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어요,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쭈욱.” 이 두 개의 이야기는 주인공도 줄거리도 다르지만 결코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별을 지키는 개”가 이야기의 뼈대라면 “해바라기”는 이야기의 살이다. 아주 아름답고도 슬프게 연결되어 있는 두 개의 이야기를 모두 다 읽고 나서 마지막 장을 덮으면 무언가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묵직한 슬픔 같은 것이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런데 그 슬픔의 파도가 꽤나 오랫동안 뭘 어찌해야 될지 모르게 사람을 망가뜨려서 버려서 나는, 내가 기르는 개를 데리고 밤 산책을 나갔고, 내 옆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바라보는 내 개와 함께, 아주 오랜만에 옥상에서 별을 바라보며 담배를 한 가치 피웠다. “아무래도 여기가 종점이군....” 이 감동적인 작품은 일본에서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2011년 6월 11일 개봉한다고 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니시다 토시유키가 해피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 역을 맡아 열연했으며,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바뀌었지만 그들의 여행의 궤적을 따라가는 고독한 청년 오구치 역에 타마야마 테츠지가 캐스팅되어 연기를 펼쳤다고 한다. 감독은 “철도원”의 조감독이었으며 “이키가미”, “취업전선 이상있음” 등으로 인간 심리묘사에 뛰어난 사회성 높은 작품을 만들어 온 타키모토 타카시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