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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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소문난 텐구의 아이

“연상남을 좋아하는 엄마는 여름 축제날 밤, 450살 연상의 아빠와 사랑에 빠졌다. 그 후, 난 15살이 되어 자신에 대한 친권 다툼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 아빠는 텐구 님이지만, 내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다른 게 있다면 힘이 좀 세다는 정도입니다.” ...

2011-05-06 석재정
“연상남을 좋아하는 엄마는 여름 축제날 밤, 450살 연상의 아빠와 사랑에 빠졌다. 그 후, 난 15살이 되어 자신에 대한 친권 다툼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 아빠는 텐구 님이지만, 내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다른 게 있다면 힘이 좀 세다는 정도입니다.” 상상력과 리얼함을 효과적으로 결합시켜 매우 독특한 색깔을 발하는 작품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일본 작가 이와모토 나오의 “동네에서 소문난 텐구의 아이”는 매우 유니크한 작품이다. ‘텐구’(天狗、てんぐ)란 일본의 전설에 등장하는 괴물로서 사람을 마계로 인도하는 마물이다. 역사적으로는 ‘고시라가와 일왕’의 별명이기도 하였다. 본래 ‘천구(天狗)’는 중국의 요괴로서, 별똥별이나 혜성의 긴 꼬리의 모양으로부터 유추하여 생겨난 상상 속의 동물이라고 한다. 오늘날 일본에서 전형적인 텐구의 이미지는 코가 길고 크며 붉으스름한 얼굴에 도사와 같은 복장을 하고 있으며, 게다(나막신)를 신고, 부채를 들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나쁜 짓을 꾸미고 다니는 요괴라 한다. “동네에서 소문난 텐구의 아이”는 이 상상 속의 요괴 텐구와 인간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키히메라는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한 일종의 판타지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판타지와는 매우 다른 독특한 작품이다. 일단 작품의 주무대이자 이야기의 중심은 주인공인 아키히메가 다니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시골의 고등학교다. 아키히메는 평범한 여고생으로서 잘생긴 남학생 타케루와의 로맨스를 꿈꾸고, 통학열차 안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를 떨며, 가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텐구의 자식이라는 거대한 간판을 짊어지고 있는 아키히메가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힘이 무척이나 세다’라는 정도일 뿐, 아무 것도 없다. 작품의 독특한 이미지가 구축된 것은 주인공인 아키히메보다 ‘텐구’라는 요괴와 아무렇지도 않게 어울려 일상을 살아가는 이 마을 사람들의 독특한 태도 때문이다. 이 마을 사람들에게 아키히메의 아버지이자 신통력을 부리는 요괴인 텐구는 자신의 마을에 안녕과 평화를 가져다 주고 사람이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신통력으로 해결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텐구의 자식인 아키히메는 수행 중인 요괴들에게는 ‘공주님’으로 불리며 마을 사람들에게는 ‘신사’의 차기 당주로서 ‘약간은’ 대우받고 사는,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아가씨인 것이다. 작품의 포인트는 평범한 여고생의 일상을 자잘하게 보여주다가 에피소드의 끝 무렵에 아키히메나 요괴들의 신통력이 잠깐씩 발휘되어 독특한 느낌을 주면서 이야기를 끝맺는 것이다. 이 단순하지만 독특한 구성만으로도 기존의 판타지와는 매우 다른 신선한 느낌으로 작품을 다가오게 만든다. 이와모토 나오는 이 작품으로 소학관 만화상을 수상하면서 스타작가 대열에 올라섰으며 소박하고 정감 있는 그림과 마음에 와 닿는 메시지를 담은 스토리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인 “아메나시 면사무소 산업과 겸 관광담당”이라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작품도 현재 한국어 판으로 1권이 발매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