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집안의 핏줄
“이것이 요시다 집안의 식탁….소개하자면 내 왼쪽부터 남편…그 아들…남편의 아버지…그리고 남편의 할아버지입니다. 제가 이 남자들밖에 없는 집안에 후처로 들어온 지 어언 7년…. 눈앞에 닥친 생일이 돌아오면 드디어 30대 돌입입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성(性)”...
2011-04-04
김현우
“이것이 요시다 집안의 식탁….소개하자면 내 왼쪽부터 남편…그 아들…남편의 아버지…그리고 남편의 할아버지입니다. 제가 이 남자들밖에 없는 집안에 후처로 들어온 지 어언 7년…. 눈앞에 닥친 생일이 돌아오면 드디어 30대 돌입입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성(性)”에 관한 코드가 문화적으로 많이 다른 것 같다. 당장 요즘 TV 브라운관을 사로잡는 여자 아이돌 그룹만 봐도 일본 여자 아이돌의 컨셉은 대부분이 “모에 큐티”고 한국 여자 아이돌의 컨셉은 “섹시 발랄”이다. TV에 나오는 10대 소녀들을 대하는 대중들의 시선이나 상품의 소비적 가치가 한국과 일본은 분명한 차이가 있듯이, 만화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 소개하는 “요시다 집안의 핏줄”은 나카지마 모리오라는 다소 생소한 작가가 강담사의 월간 만화잡지 “애프터눈”에 2007년부터 연재하고 있는 성인만화다. 성인만화라고 해서 그렇게 수위가 높은 건 아니다.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는 성인물은 거의 하드코어 포르노에 가깝다) 한국의 검열 수준을 통과할 정도로 아슬아슬할 정도의 수위니 일본산 성인만화라 해서 무언가 아주 많이 야한 걸 기대한 독자들은 일찌감치 기대를 접는 게 좋을 것이다. “의붓아들은 중학교 2학년, 최근 들어 변성기도 오고, 부쩍 남자다워졌습니다. 남편은 마흔 전에 이미 출세 코스에서 이탈했는지, 작년에 만년 평사원 신분으로 정년을 맞이한 시아버지의 뒤를 당당히 계승했습니다…그리고 할아버지…할아버지는 요즘 제 고민거리입니다.” “요시다 집안의 핏줄”이란 작품이 진정으로 야한 부분은 작품의 설정 코드에 있다. 이 작품은 노망난 시할아버지, 혼자 된 시아버지, 철없는 남편, 사춘기에 접어든 의붓아들과 함께 사는 젊고 탱탱한 삼 십대의 며느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가족과 여자 사이”라는 아슬아슬한 경계선 상에 이 젊고 섹시한 며느리를 세워놓고는, ‘며느리’라는 분명한 가족이지만 음흉하고 징그러운 시선으로 ‘여자’로서 타카코를 대하는 네 남자의 시선을 독자의 시선으로 보여지도록 작품의 컨셉이 맞춰져 있다.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이나 유럽의 포르노 산업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뒤지지 않는 일본 AV산업의 장르 중에 팬들에게 “근친물(近親物)”이라 불리는 장르가 바로 이 작품의 기본 설정에 딱 부합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사회적 금기를 넘어서려는 수컷들의 욕망을 적절하게 자극하려는 작가와 편집부의 의도가 고도의 상술로 변환되어 매 에피소드마다 넘쳐흐른다. 노망을 가장해 손자 며느리의 엉덩이를 주물거리는 할아버지나, 근엄함과 자상함을 가장하면서 며느리의 팬티를 훔쳐보려는 시아버지, 한창 사춘기에 접어들며 자위행위의 자극제로 새엄마를 상상하는 의붓아들 같은 코드는 전형적인 일본 AV의 “근친물(近親物)” 장르의 그 것이다. (일본 AV를 많이 보신 남성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으실 것이다^^) “요시다 집안의 핏줄”은 현재 한국어판으로 1권밖에 출간되어 있지 않다.(2010.09.06) 이런 류의 작품을 원하시는 남성독자라면 아주 재미있을 것이고, 예쁜 표지에 혹해서 무언가 재미있고 신선한 러브 코미디를 상상한 독자들이라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