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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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라 레시피

“스푼....길게 말하지 않겠어, 바쁜 것 같으니 말야...일주일 내로 학교에서 영원히 사라져, 안 그랬다간 머리통을 절단 내 버릴 테니...” 요즈음의 만화는 판타지 장르가 대세인 듯하다. 일본 만화도 그렇고 한국 만화도 그렇고 대부분의 신작이 스포츠나 로맨스 ...

2011-01-21 김현우
“스푼....길게 말하지 않겠어, 바쁜 것 같으니 말야...일주일 내로 학교에서 영원히 사라져, 안 그랬다간 머리통을 절단 내 버릴 테니...” 요즈음의 만화는 판타지 장르가 대세인 듯하다. 일본 만화도 그렇고 한국 만화도 그렇고 대부분의 신작이 스포츠나 로맨스 같은 전통적인 장르의 법칙을 따르는 만화보다는 대부분이 판타지가 주가 되거나 아니면 ‘판타지를 전통적인 장르에 섞어놓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만들어낸 신작들이 주로 발간되고 있다. 모든 만화들은 몇 가지 예외를 두고, 대부분 시장의 법칙에 따른다. ‘드래곤 볼’과 ‘슬램덩크’로 대표되는 90년대의 황금기를 지나 현재의 대세는 ‘원피스’와 ‘데스노트’다.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 정통 판타지인 이상,(물론 ‘데스노트’같은 경우는 변칙적인 판타지 계열에 들어간다, ‘원피스’가 왕도<王道>라면 ‘데스노트’는 사도<邪道>랄까?) 모든 편집부와 기획자는 신작을 만들 때 대세를 따르게 되어있다. 그 결과물로 접하게 되는 것이 종류가 너무 많아서 이루 다 셀 수도 없는 다양한 일본산(産) 판타지들이다. 오죽하면 판타지와는 상극인 요리 장르에까지 ‘판타지 요리 만화’(‘토리코’같은 작품)가 등장할까? 그러나 슬픈 것은,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일본 만화 시장의 변방에 위치해 어쩔 수 없이 그 영향을 받는 한국 만화 시장도 그 대세를 따라간다는 점이다. 요즘 나오는 한국 작가들의 신작은 거의 다가 판타지다. 순정 만화도, 소년 만화도, 코믹 만화도, 역사 만화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90년대에 출판만화 시장을 주름잡았던 중견작가들이 온라인으로 진출해 내놓는 신작들이 정통적인 기법을 따르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 (스릴러 만화의 대표 격인 윤태호의 ‘이끼’나 로맨스 만화의 대표 격인 원수연의 ‘메리는 외박중’ 같은 작품들) 물론 판타지라고 해서 다른 장르에 비해서 격이 떨어진다는 표현은 아니다. 다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아직까지 작가로서의 ‘틀’이 잡히지 않은 신인들에게 편집부가 무언가 ‘강권’을 발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요즘의 대세는 판타지니까 이걸 해보자’라는 식의 강권 말이다) 만화시장은 다양한 장르의 상품들이 골고루 존재해야만 건강하고 단단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일본의 만화 잡지는 결코 판타지만 싣지 않는다. 그러나 요즈음의 한국 만화 잡지는(그나마 몇 개 안되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다 판타지다. 너무 한 쪽으로만 치우친 경향, 그건 좀 걱정이 된다. “도대체 나이프가 누구야?”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카스텔라 레시피”는 한국 신인작가의 판타지 만화로 아주 전형적인 판타지 만화의 구성방식을 따라가고 있는 작품이다. 마법학교, 각자의 특성을 지닌 다양한 마법들을 구사하는 학생들, 재미있고 신기한 교수들, 마법대결로 펼쳐지는 기말시험 등등 ‘해리포터’ 시리즈를 한국식으로 변형해놓은 것 같은 작품이랄까? 물론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마법을 소재로 삼는 작품들은 항상 마법간의 상성을 고려해서 스토리를 짜야만 빛을 발할 수 있다. 현재 2권까지 발간되었는데, 아직까지는 읽을 만한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