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란드 사가 (VINLAND SAGA)
“참전이다. 공격 측의 우두머리에게 가서 교섭을 해라, 잘 들어, 내용은 어렵다. 「전하의 전투는, 형편없소! 보고 있을 수가 없다오, 따라서 저희 병대가 도와드리겠소, 천재일우의 기회, 기필코 당신들을 승리로 이끌리라, 성채를 함락시킨 후에는 전리품의 반을 갖겠소, ...
2011-01-12
유호연
“참전이다. 공격 측의 우두머리에게 가서 교섭을 해라, 잘 들어, 내용은 어렵다. 「전하의 전투는, 형편없소! 보고 있을 수가 없다오, 따라서 저희 병대가 도와드리겠소, 천재일우의 기회, 기필코 당신들을 승리로 이끌리라, 성채를 함락시킨 후에는 전리품의 반을 갖겠소, 내일 아침 다시 돌격하시오」 전하고 나서 너는 그대로 놈들의 병영에 남아서 전황을 지켜봐라. 알았으면 가.” 바이킹(Viking)은 8세기 말에서 11세기 초에 해상으로부터 유럽 ·러시아 등에 침입한 노르만족(북 게르만족)을 지칭하는 단어다. 원래는 그들의 주요 근거지였던 스칸디나비아와 덴마크에 걸쳐 많이 있는 ‘vik(峽江)’에서 유래한 말로 ‘협강(峽江)에서 온 자’란 뜻이다. ‘vig(전투)’ · ‘wik(성채화 된 숙영지)’ · ‘viking(해적)’ 등에서 유래하였다는 설도 있으나 아직 정설은 없다. 이 무렵에 그들이 각지에 진출한 원인은 인구증가에 의한 토지의 협소화 때문이며, 한랭하고 메마른 땅에서 온난하고 비옥한 땅을 얻기 위하여 감행한 제2의 민족대이동이라 할 수 있다. 당시의 노르만족은 씨족제(氏族制)사회가 해체되고 계급사회로 이행하여 국가형성기에 이르는 과도기로서, 부족 간의 항쟁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족장(族長)이 부족민을 인솔하여 해외로 신천지를 찾아 진출한 경우가 많았다. 일찍부터 뛰어난 항해술을 가진 그들에게 전쟁과 모험, 전리품의 갈망 등은 해외진출을 더욱 촉진하였다. 무자비한 침입·싸움·약탈 등으로 ‘해적 민족’으로서 각지의 공포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해적행위는 민족이동뿐 아니라 전투·정복·탐험·식민·교역 등 다양한 활동을 초래하였다. 근년에 유적·유물의 발굴과 조사 및 여러 과학의 총합적 연구에 의해 파괴적인 ‘바이킹 관(觀)’은 상당히 수정되어, 중세 유럽사의 전 영역에 커다란 영향을 준 장대한 운동으로서 보게 되었다. “거절할 거냐? 이 얘기, 그렇다면 아셰라드의 병사 100명은 성 측과 손을 잡는다. 내가 죽을 경우도 마찬가지야, 상담 성립 신호가 없을 경우, 북해의 용자 100명이 너희들의 적이 된다.... 내 단검을 돌려 줘, 아버지의 유품이야.” “플라네테스”로 우주에 진출한 인류의 일상을 독특한 감수성으로 그려내 만화 애호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일본의 작가 유키무라 마코토의 “빈란드 사가(VINLAND SAGA)”는, 말 그대로 ‘숨겨진 명작’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11세기 바이킹들의 삶을 소재로 삼아 중세 유럽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 장대하고 서사적인 이야기는 “진정한 전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탐구이자,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져주는 심오한 작품이기도 하다. “전리품의 반으로 전하는 승리를, 우리는 보물을!! 불만은 없으시겠지?” “빈란드(Vinland)”란, 스칸디나비아로부터 이주한 북유럽인 레이프 에이릭손(그린란드에 정착한 붉은 에이리크의 아들)이 약 1000년에 북아메리카 대륙의 한 지역에 정착하면서 그 곳에 주어진 이름이다. 지도상으로 보면,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 근처 어디쯤이 될 것 같은데(지도상으로는 ‘5대호’와 가깝게 있다) 아직까지 역사적 정설로 취급받지는 못하더라도 그 시대에 북극해를 가로질러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갔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항해술이 얼마나 뛰어났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빈란드(Vinland)”는, 주인공인 토르핀에게 ‘유토피아’ 같은 땅을 의미하고 있다. 아버지가 죽기 전 온 가족이 모여 살던 때, 언젠가는 이 춥고 삭막한 땅을 떠나 그곳으로 옮겨가 평화롭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땅”처럼 여겨졌던 곳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굉장히 어둡고, 우울하며, 매우 슬픈 운명을 지닌 한 소년의 일대기를 드라마틱하게 펼쳐놓은 이야기여서 매 권을 읽어나갈수록 작품의 제목인 “빈란드”가 읽는 이에게는 굉장히 안타깝게 다가올 것이다. “서기 700년대 말부터 약 300년간, 용머리 모양의 배를 조종하는 민족이 북유럽에 존재했다. 서구 제국 러시아, 북아프리카, 그리스, 터키, 중동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모든 땅에 나타나서 싸우고 약탈하고 사라져갔다. 프랑크어로 ‘노르드인’, 영국에서는 ‘딘인’, 비잔틴 제국에서는 ‘루스’, ‘로스’ 후세에 바이킹이라고 불리는 자들이다.” “빈란드 사가”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전사의 아들 토르핀이 아버지의 원수인 아셰라드에게 끌려가 그의 용병단에서 성장하면서 ‘진정한 전사’로 변화해 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매 에피소드마다 스토리, 작화, 연출의 삼박자가 완벽하게 조화되어 그야말로 눈을 뗄 수 가 없는데, 이처럼 ‘재미와 감동’을 주는 명작은 오랜만이었다. 이 작품의 장점은 작가의 상상력에만 의지하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분명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덧붙인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 자체에 묵직한 힘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어판으로는 8권까지 나와 있는데, 굳이 단점을 들라면, 다음 권이 나오기까지의 텀이 너무 길다는 데 있다. (1년에 한 권 정도 나올까?) 기다리기가 지루한 사람들은 아마도 작가가 원망스럽겠지만,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작품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만화를 찾기란 정말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읽어보시지 않은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기시기를 권한다. 바이킹의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이 작품을 접하기 전까지는 정말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