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페이버리트 바이크 (My Favorite BIKE)
“난 뭐든 끝을 본 적이 없다. 초등학생 때 성냥개비로 금각사를 만들다가, 중간에 관뒀다. 원주율 암기, 전화카드 수집, 건담 프라모델, 보이 스카우트, 야구, 유화, 아르바이트도 한 곳에 붙어있지 못해....전부 유치하고 꼴불견이라는 이유로 팽개쳤다....내 방은 빛...
2010-12-26
석재정
“난 뭐든 끝을 본 적이 없다. 초등학생 때 성냥개비로 금각사를 만들다가, 중간에 관뒀다. 원주율 암기, 전화카드 수집, 건담 프라모델, 보이 스카우트, 야구, 유화, 아르바이트도 한 곳에 붙어있지 못해....전부 유치하고 꼴불견이라는 이유로 팽개쳤다....내 방은 빛도 보지 못하고 꺾여버린 의지의 잔해들로 뒤덮여 있다...내 커브를 이 녀석처럼 처참하게 만드는 게 과연 폼 나는 일일까?” 「혼다 슈퍼 커브 50」엔진 공랭 4스트로크, OHC단기통, 최고출력 4.0ps, 최대 토크 0.48kgm (데이터는 현재 모델) 슈퍼 커브 시리즈는 1958년 8월에 발매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총 생산대수는 3500만대, (2002년 12월 현재) 생산거점은 구마모토 제작소를 포함해 14개국이다. 리터당 180km에 달하는 저연비(`86 슈퍼 커스톰)와 뛰어난 실용성으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커브가 달리지 않는 나라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참고로 ‘커브(CUB)’란 "맹수의 새끼‘란 뜻이라고 한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My Favorite Bike”는, 바이크 매니아라고 자처하는 작가 야마구치 카츠미가 다양한 바이크(실존 모델)를 소재로 구성한 단편집이다. 내용 자체가 매우 매니악한 면이 없잖아 있어서,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좀 부담스럽지만, 바이크만을 소재로 이런 정도의 단편들을 구성할 정도로 독자층이 다양하고 시장이 넓은 곳이 일본 만화 시장이구나 하는 부러움도 한편으론 들었다. 바이크(또는 오토바이)를 좋아하시는 독자 분들이라면 ‘틀림없이’ 열광할 이야기들이 이 단편집엔 넘쳐나고 있는데, 머신 자체나 주행에 관한 굉장히 매니악한 설명들을 제외하면 단편으로서의 완성도도 꽤나 높은 편이다. 현재 한국어 판으로 4권까지 출간되어 있는데 수록된 단편들을 읽다 보면 이 작가가 얼마나 바이크를 사랑하는지 독자에게 전해질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아무런 꿈도 없고, 와이프한테도 버림받고, 나한테 삶에 대한 아무런 지표도 남겨주지 않은, 아버지의 그저 그런 40년 인생의 종말은 갑작스레 찾아왔다...심근경색, 아버지를 발견한 건 사흘 정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돌아온 비오는 날 아침이었다. 어디에 가려고 했는지, 문 쪽으로 쓰러져 있던 아버지의 손에는 집 열쇠가 아닌 낯선 열쇠가 쥐어져 있었다.” “My Favorite Bike”의 구성은, 일단 단편의 제목이 “HONDA NSR”, “KAWASAKI Ninja” 등 실존하는 바이크의 모델명이다. ‘한 에피소드에 한 차종’이라는 형식으로 제목에 해당하는 바이크를 소재로 한 짧은 이야기 하나를 만들고 이야기 중간 중간에 이 모델의 역사나 기능, 주행법 등 짤막한 정보를 인물의 대사나 나래이션을 통해 소개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모델의 기능사양이나 생산대수, 생산년도 같은 기업의 정보를 명시한다. 이 형식으로 매 단편마다 계속적인 구성을 이어가는데 이게 예상외로 꽤나 잘 어울린다. 아마 바이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무척이나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소개 문구 하나를 적어본다. “모두의 혼다”, “디자인의 야마하”, “마니악한 스즈키”, “남자의 카와사키” 세상의 모든 오토바이와 그 오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