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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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맨

“악마와 계약을 맺을 생각 없으신가요?” 4년에 한 번씩 온 국민을 들뜨게 만드는 축제가 끝이 났다. “원정 16강”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달성하고 화려하게 귀국한 축구대표팀은 영웅대접을 받으며 연일 신문지상을 달구는 중이다. (라이벌 국가인 일본도 16강에 진출했...

2010-12-06 김진수
“악마와 계약을 맺을 생각 없으신가요?” 4년에 한 번씩 온 국민을 들뜨게 만드는 축제가 끝이 났다. “원정 16강”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달성하고 화려하게 귀국한 축구대표팀은 영웅대접을 받으며 연일 신문지상을 달구는 중이다. (라이벌 국가인 일본도 16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기쁨이 반감되는 면도 있지만 어쨌든 대단한 성과이긴 하다^^)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느낀 것은 한국 축구의 수준이 이젠 세계 수준에 확실히 근접했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초일류 팀들과는 현격한 격차를 보이긴 했지만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수준차이가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실력이 떨어져 보이진 않는다는 점이 가장 기뻤다. 아무튼 2010 남아공 월드컵은 참 재미있었다. “우리가 당신에게 절대적인 승리를 가져다주겠다는 말입니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로스트맨”은 축구를 소재로 한 판타지다. 기억상실에 걸린 동양계 축구선수가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한 유일한 수단인 축구를 하며 전 세계를 떠돈다는 것이 이 작품의 큰 틀이다. 물론 주인공인 축구선수 마츠모토의 능력은 판타지일 뿐이지만, 전 세계의 프로팀을 단기계약으로 떠돌면서 어떤 포지션도(골키퍼까지도) 가능한 용병으로 플레이를 펼친다는 것이 이 만화가 주는 재미의 포인트인 것이다. “이 팀의 약점을 메우고도 남을 인재를 제공해드리죠” 주인공인 마츠모토외에도 매력적인 인물은 그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친구인 스포츠 에이전트 사카자키다. 우리나라도 2002년의 기적 이후 “스포츠 에이전트”의 존재가 굉장히 중요시되고 일반화되었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우리나라엔 있지도 않은 생소한 직업 중 하나였다.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제리 맥과이어”(1996)가 바로 이 직업의 애환과 감동을 다룬 영화였는데, 기본적으로 선수의 매니지먼트와 입단계약을 성사시키고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중개인이다. 그러나 스포츠라는 굉장히 전문적인 분야의 중개인이기 때문에 자격요건도 까다롭고 일의 범위도 굉장히 다양하다고 한다. “이번에는 나 우측 사이드백이야?” 프로축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나타나는 이 환상의 파트너들은 자신들의 고용주에 대해 언제나 확실하고 화려한 성과를 내준다. 주인공인 마츠모토가 말 그대로 외계인 같은 실력을 가진 축구선수이기 때문에 어떤 포지션에서든 빛을 발하고 있어 축구를 잘 모르시는 독자라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고 축구를 잘 아는 독자라면 잘 만들어진 축구만화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로스트맨”은 어떤 포지션이든 소화가 가능하면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 축구선수 마츠모토와 정확하고 예리한 분석을 통해 확실한 성과를 이루어 내는 에이전트 사카자키의 전 세계 축구 시장 유람기다. 아직 1권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웰메이드 만화로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