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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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세븐

“자, 가자. 스노우 화이트, 너의 성을 되찾으러.” 한국의 작화가와 일본의 스토리 작가가 만나서 만화를 만드는 일은 이제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몇 해 전부터 한국 작가들의 일본 만화계 진출이 두드러지면서 이제는 이런 조합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

2010-11-29 유호연
“자, 가자. 스노우 화이트, 너의 성을 되찾으러.” 한국의 작화가와 일본의 스토리 작가가 만나서 만화를 만드는 일은 이제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몇 해 전부터 한국 작가들의 일본 만화계 진출이 두드러지면서 이제는 이런 조합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고 물론 이와는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가장 씁쓸한 것은, 어떤 조합이든 간에 어차피 일본 만화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한국 만화산업계에서는 더 이상 실력 있는 한국 작가들을 수용하지 못한다. 시장의 협소함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그 외에도 문제는 많을 것이다. 원래 만화산업은 출판을 주 수익구조로 하면서 성장해 가는 것이 그간의 정석이었으나 한국에서는 출판만화 시장은 이미 예전에 망가졌고(아동용 학습만화 시장은 너무 과열되어서 문제가 되었다) 몇몇 경력 있는 작가들은 웹툰으로 방향을 선회했는데, 거기서는 아직까지 원고료 외에는 확실한 수익구조가 정립되지 않았다. (원고료는 사실 수익구조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그건 엄밀히 따지면 제작비 또는 생산비라고 분류해야 옳다고 나는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한국 작가의 작화와 일본 작가의 스토리 조합이 씁쓸한 이유는 왠지 일본 출판사에 고용된 외국인 노동자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만화를 제작할 때 한국의 작화가가 과연 중심적인 위치에 서있는가 하는 점은, 사실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신암행어사”의 스토리를 맡은 윤인완 작가의 경우 몇몇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 통역을 두고 편집자와 소통할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는데, 이후 윤인완은 일본어를 마스터하고 현지에 완벽히 적응해 지금은 중심적인 위치에서 기획에 참여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젠 더 이상 이런 이야기가 안 나왔으면 하는데, 일본에 가서 한국작가가 만화를 내면 그것이 한국 만화인가 일본 만화인가를 가지고 토론하는 분들이 많다. 바보스러운 질문이다. 일본 출판사가 모든 사업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한국만화가 아니다. “우리들은 대체...무엇을 위해 싸웠단 말인가...” 여기에 소개하는 “LOST SEVEN”은 고야성이 작화를, 나카지마 카즈키가 스토리를 맡고 MAG Garden corporation이 제작을 맡은 판타지 만화다.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모티브로 한 판타지인데 브라이 족의 일곱 전사와 그들의 수호를 받는 운명의 여인이 펼치는 모험담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친숙한 “천원돌파 그랜라간”의 원작자 나카지마 카즈키와 “스티그마타”의 고야성 작가와의 호흡은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극단☆신칸센”이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모티브로 만든 유명 연극을 만화로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판타지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수려한 작화로 다루고 있다. 고야성의 그림은 국내에서 활동할 때부터 유명한 편이었고 원작자인 나카지마 카즈키 역시 상품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가이니 이 작품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