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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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O (SHONAN 14 DAYS)

“그런 우리의 담임 오니즈카 선생님에게, 그해 여름, 우리가 모르는 비밀스런 14일이 있었다는 것은, 그 때까지는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한국어판 제목은 “반항하지마”(전 25권), 일본어판 제목은 “GTO”(great teacher onizuka), 원작만화뿐...

2010-11-15 김진수
“그런 우리의 담임 오니즈카 선생님에게, 그해 여름, 우리가 모르는 비밀스런 14일이 있었다는 것은, 그 때까지는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한국어판 제목은 “반항하지마”(전 25권), 일본어판 제목은 “GTO”(great teacher onizuka), 원작만화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까지 나오면서 공전의 힛트를 기록했던 전설의 학원만화가 7년 만에 돌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shonan 14 days’라는 부제를 달고 일종의 외전 같은 형태로 돌아온 것이다. 그래도 반갑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오니즈카 에이키치’라는 원래 이름보다 ‘영길’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더 익숙한, 우리의 열혈교사가 긴 공백을 깨고 다시 팬들의 곁으로 화려하게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 지금부터 3개월 전. 선생님이 테시가와라의 권총에 맞고, 얌전히 입원해 있을 줄 알았던 그해 여름- 오니즈카 선생님에게는 아무래도 우리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14일의 추억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은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TV방송 출연에서 비롯되었다.” 후지사와 토오루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인 "GTO"는, 사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상남 2인조”[일본어판 제목은 ‘쇼난(상남)순애조(湘南純愛組)’]의 2부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상남의 귀폭(鬼爆) 콤비’라 불리던 오니즈카 에이키치(한국어판 이름은 영길)와 단마 류지(한국어판 이름은 용이)가 마지막 사고를 치고 도쿄로 상경하면서 화려했던 학창시절과 폭주족 생활을 접으며 “상남 2인조”라는 작품은 완결된다. "GTO"는 그로부터 6년 후, 도쿄의 사립중학교 임시 교사가 되어 돌아온 오니즈카의 이야기이다. “상남 2인조”나 “GTO” 모두 강담사에서 발행하는 만화잡지 ‘주간 소년매거진’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작품(“상남 2인조”는 1990-1996까지, “GTO”는 1997-2002까지)으로, 오니즈카 에이키치는 후지사와 토오루에게 작가로서 부와 명예를 동시에 안겨준 분신 같은 캐릭터이자, 폭주족에서 교사로 변해가는 ‘진정한 남자’에 관한 최고의 연대기이기도 하다. 이번에 7년 만에 다시 돌아온 "GTO shonan 14 days"도 역시 ‘주간 소년 매거진’을 통해 2009년 6월부터 연재가 시작되었는데, 현재 일본에서는 단행본으로 3권까지 발행되어 있다. (2010년 5월 현재) “숨어 지낸다면, 여기가 제일이지...오랜만이구나, 쇼난도...” "GTO shonan 14 days"는 전작이자 본편에 해당하는 “GTO”의 마지막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오니즈카가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있던 시기에 시작된다. 병원을 몰래 빠져나가 방송에 출연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오니즈카가 사건이 잠잠해 질 때 까지 자신의 고향인 상남에 숨어있기로 결심한 후 오랜만의 귀향을 감행한다. 그리고 상남에서 만난 새로운 학생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으면서 폭풍 같은 14일을 보내게 된다는 이야기가 "GTO shonan 14 days"의 주된 내용이라 하겠다. 일종의 “GTO” 외전 같은 느낌인데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많이 다르다거나 전혀 새로운 느낌의 작품은 아니니 “GTO” 팬들께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난 닫혀있던 아이들의 마음의 문을 죽어라 두드린 것뿐인걸요, 문을 열어준 것은, 그 녀석들 자신입니다. 난 그걸 약간 거들어 준 것뿐이니까.....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그런 겁니다.”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쇼난(湘南)’은, 이 작품뿐만 아니라 “슬램덩크”의 배경으로도 쓰인 아주 유명한 곳이다. 일본 가나가와 현의 사가미 만의 해안을 따라 있는 지방의 이름인데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에노시마를 중심으로 쇼난 지방은 가마쿠라 시와 히라쓰카 시를 포함해 서쪽으로 오이소 정부터 동쪽으로 하야마 정까지 뻗어있다. 사가미 만 덕분에 온화한 기후와 어두운 화산성 모래가 덮인 긴 해안의 혜택을 입고 있으며 도쿄-요코하마 도시권의 가장자리에 놓여있어, 쇼난 지방은 파도타기, 요트와 여러 해양 스포츠들을 위한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의 폭주족 만화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상남 2인조”에서 오니즈카가 친구인 류지와 함께 끊임없는 항쟁과 전설의 레이스를 펼쳤던 무대이기도 한 쇼난에, 교사가 되어 엄청난 활약을 펼친 오니즈카가 잠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GTO”의 팬들에게는 이 작품의 진행방향이 한 눈에 들어올 것이다. 실제로 1권부터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 모여 사는 아동양호시설 “화이트 스완”에서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 오니즈카는 특유의 친화력과 괴물 같은 능력을 발휘, 아이들의 마음에 조금씩 접근해 간다. 물론 오니즈카 주위에서 일어나는 대형 사고들과 황당한 코미디들도 빠지지 않는다. 오니즈카에게 대드는 아이들이나 적개심을 품는 아이들,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아이들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전작인 “GTO”와 너무 유사할 정도로 빤하게 흘러가서 오히려 친근할 정도다. “나중에 선생님에게서 들은 말로는 이 시설과의 만남이 모든 일의 발단이었다고 한다. 그 어떤 날보다도 끔찍한, 최악의, 쇼난 14DAYS의....” “GTO”의 한국어판인 “반항하지마”까지만 해도 오니즈카나 류지 같은 일본어 이름이나 쇼난이나 키치죠지 같은 일본 지명은 전혀 쓰이지 않았고, 잔인하거나 야한 장면 같은 것은 알아서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일본 원작을 알고 있는 팬들에게서 상당한 원망을 사기도 했었다. 사실 “GTO”라는 제목 자체가 “great teacher onizuka”인 만큼 오니즈카라는 이름만큼은 살려두었어야 했지만 어쨌든 우리에게 오니즈카는 ‘영길’이라는 이름으로 각인되었다. (사쿠라기 하나미찌가 강백호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 것들을 의식해서일까? 이번에 나온 "GTO shonan 14 days"는 모든 것을 일본어판에 맞추었다. 이름, 지명, 작품배경까지 모든 것이 일본판과 동일하게 나온다. 10월에는 “반항하지마”의 애장판이 “GTO”라는 제목으로 출시된다고 한다. 무삭제에 완역판, 제책방식까지 일본어판과 똑같다고 하니 ‘원본’을 목말라했던 팬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