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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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스트레이즈

“세상은 진정한 군웅할거(群雄割據)의 시대. ‘인생 50년’을 진지하게 논하기에는 아직 34년이나 이르지만, 그것이 꿈이었든, 환상이었든, 타임슬립이었든 간에, 그들과 생을 함께 했다는 사실을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일본 만화의 소재 중에서 작품 속에서 가장...

2010-11-11 김현우
“세상은 진정한 군웅할거(群雄割據)의 시대. ‘인생 50년’을 진지하게 논하기에는 아직 34년이나 이르지만, 그것이 꿈이었든, 환상이었든, 타임슬립이었든 간에, 그들과 생을 함께 했다는 사실을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일본 만화의 소재 중에서 작품 속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것 중 하나가 “전국시대”의 이야기나 인물들인 것 같다. 한국의 독자들도 너무나 잘 아는 전국의 세 남자,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차치하고서라도 ‘에치고의 용(龍)’ 우에스기 켄신, ‘풍림화산(風林火山)’ 타케다 신겐, ‘독안룡(獨眼龍)’ 다테 마사무네 등등 그 시대를 주름잡던 영주나, ‘닌자’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핫토리 한조까지 굳이 일일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그 시대를 주름잡으며 위명을 떨치던,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이름들이 있다. 15세기 후반부터 16세기 후반까지 근 100여년간 전국의 군웅들이 천하의 패권을 차지하고자 수많은 전투를 치뤘던 시대이니 만큼 정사로 기록된 전투나 역사적 사실보다 수십 배는 더 많은 야사들이 존재할 것이고, 후대의 작가들은 이 시대를 무대로 자신의 상상력을 맘껏 발휘해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내었을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전국(戰國)스트레이즈”는, 엄청난 검도 실력을 가진 현대의 여고생이 갑작스러운 타임슬립을 통해 1552년 오다 노부나가가 다스리던 오와리국으로 떨어져, 그의 가신이 되어 전국시대를 누비며 활약한다는 재미있는 판타지다. 이런 류의 작품들은 많이 봐왔고, 실제로 흥행에 성공한 것도 꽤나 많은데, 이처럼 현대와 전국시대를 판타지로 이어서 역사적인 실제 인물들과 뒤섞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방식은, 일본만화계의 흥행공식 중 하나로 2010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설정인 것 같다. “당신을 여기로 데리고 오신 분은 저희 주군이신 오와리국 당주 오다 카즈사노스케 노부나가 공입니다.” “전국(戰國)스트레이즈”에 등장하는 전국시대의 영웅은 ‘마왕’이라 불리며 천하통일 직전에 심복의 배신으로 암살당한 전설적인 인물 오다 노부나가다. 실제로 전국시대의 천하통일은 오다 노부나가의 장수 중 한 명이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했고 전국시대의 완전한 종언은 역시 오다 노부나가의 동맹국 영주로 그와 형제처럼 지내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이루어 냈지만, 오다 노부나가가 없었다면, 일본의 전국시대는 끝나지 않았을거란 말이 역사가들에게 공공연히 인정될 정도로 그 시대에는 파격적인 인사정책과 무역정책, 철포를 이용한 새로운 전투법, 허를 찌르는 용병술 등을 펼치며 전국시대를 휘어잡았던 최고의 카리스마였다. 그런 사람이니만큼 그와 관련된 수많은 정사와 야사가 존재하고 기라성 같은 장수나 책사들이 그의 곁에서 활약하는데, 이런 드라마틱한 인물이 만화로 다루어지지 않을 리가 없다. “전국(戰國)스트레이즈” 역시 주인공인 현대의 여고생 쿠사나기 카사네를 그들과 접목시켜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재미있는 작품으로, 한국의 독자들도 결코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