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The Five Star Stories)
“성단력 3960년, 조커 태양성단은 그 4개의 태양계 전부가 아마테라스 성(星) 연합왕국 아래 합병되었다. 900년에 걸친 전쟁으로 700개 이상의 나라들이 무너졌고 전란이 극에 달했던 4개의 태양계는 일단 숨을 돌렸던 것이다. 같은 해 아마테라스는 성단 최초의 성왕...
2010-01-07
석재정
“성단력 3960년, 조커 태양성단은 그 4개의 태양계 전부가 아마테라스 성(星) 연합왕국 아래 합병되었다. 900년에 걸친 전쟁으로 700개 이상의 나라들이 무너졌고 전란이 극에 달했던 4개의 태양계는 일단 숨을 돌렸던 것이다. 같은 해 아마테라스는 성단 최초의 성왕위(星王位)에 올랐다. 그러나 서로 다른 이민족간의 통일은 엄청난 곤란을 야기할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라키시스를 잃은 지금 그는 어떻게 이 세계를 통치해 갈 것인가, 그리고 이 이후 수없이 많던 헤드라이너와 파티마는 차례차례로 모습을 감춰갔다...시대의 그림자 속으로...이야기는 이 에피소드를 마지막으로 본편은 그들이 빛을 발하고 있던 시대를 쫓아가도록 하겠다.” 팬들에게 “F.S.S.”라 불리며 긴 세월 동안 사랑받고 있는 나가노 마모루의 판타지 대작 “파이브 스타 스토리” 12권이 무려 5년 만에 출간되었다. 올해가 “뉴타입”에 연재를 시작한지 20주년이 되는 해로, 불규칙한 연재에 원고펑크가 다반사인 이 작품은 나가노 마모루가 죽기 전에 완결이 안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돌 정도로 팬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작가는 1권이 시작되던 20년 전의 시점에서 이야기 전체의 설정과 연표, 세세한 흐름까지 다 정해놓고 시작하는 작품이라 밝혔으며, 팬들도 이 거대한 판타지의 일정한 흐름 속에서 작가가 불규칙하게 내놓는 중간 중간의 이야기들을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있다. “그래! 파티마가 자신의 주인을 고르기 위한 이벤트야. 뭐니뭐니해도 닥터 발란세의 파티마다. ‘티스폰’이래 12년 만이지...소문으로는 닥터의 최고작이라고 하더군, 그래서 지금 바스토뉴에 모든 성단의 헤드라이너와 임금님들이 모여들고 있지.”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그림이다. 메카닉 디자이너로서도 명성을 올리고 있는 나가노 마모루는 치밀하면서도 유려한 펜선으로 ‘모터헤드’라 불리는 메카닉들을 ‘아름답다’고 평가할 만큼 잘 뽑아낸다. 다섯 개의 별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사단들이 주기종으로 보유하고 있는 개성적인 모터헤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출처불명의 모터헤드까지 수도 없이 많은 메카닉들이 등장하는 이 만화는, 이런 류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오기 힘든 매력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또 이 작품은 단순히 그림만 좋은 것이 아니다. 연단위로 끊어진 세세한 연표가 말해주듯, 몇천년에 걸친 장대하고 아름다운 서사시가 작가의 훌륭한 그림체와 연출을 통해 독자의 눈앞에 펼쳐진다. 아무리 후속편이 늦게 나와도, 아무리 연재가 불규칙해도,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그려만 주세요’라고 빌고 있는 심정이 이해가 갈만큼, 마모루가 만들어놓은 이 거대한 판타지 세계는 매력적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매니악한 만화일 수 있는데, 세세하게 살펴보면 뼈대가 아주 튼튼한 만화라서 이 만화를 처음 접해보시는 분들이라도 자연스럽게 이 판타지의 세계로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작가가 장난치듯, 수시로 시공을 뛰어넘어 이야기의 앞뒤가 연결이 되지 않을 때도 많지만, 그럴 때마다 인내심을 갖고 뒤편의 연표와 설정들을 잘 읽어보면서 그 시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세계의 중심축을 찾아가 이야기의 맥락을 끼워 맞추는 것도 이 만화를 즐기는 방법 중에 하나다. 무엇보다도 이 만화는 인간이 주인공이 아니다. 그저 마모루가 창조해낸, 아름답고 거대한 신화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