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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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바밍 (Embalming)

“그건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 젊고 비범한 재능을 가진 천재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신의 소행을 모방하여 사체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 그 정확한 창조방법은 잃어버린 지 오래이나 빅토르가 남긴 단편적인 메모를 정리한 두 권의 금서를 바탕으...

2010-01-05 유호연
“그건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 젊고 비범한 재능을 가진 천재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신의 소행을 모방하여 사체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 그 정확한 창조방법은 잃어버린 지 오래이나 빅토르가 남긴 단편적인 메모를 정리한 두 권의 금서를 바탕으로 지금도 날이 지면 묘지의 어둠과 역사의 그림자에서 악마의 소행에 손을 대는 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바람의 검심”의 작가 와츠키 노부히로가 컴백했다. 이번의 주제는 “인조인간”, 사람의 손에 의해 창조된, 시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조인간들과 그들을 사냥하는 사냥꾼들, 그리고 그들에 관련된 신기한 등장인물들의 경연장 같은 작품으로, 개성 있는 그림과 독특한 캐릭터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무장연금” 이후 오랫동안 침묵을 지켜온 인기작가의 새로운 호러액션물 “엠바밍”을 소개한다. “인간과 유일한 차이점이 있다면, 인조인간은 몸의 어딘가에 기동용 전극이 갖춰져 있다는 것, 인조인간의 근본은 인간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시체야, 시체로 돌려놓는 것까진 가능해도 인간으로 돌려놓는 건 불가능해, 인조인간은 죽은 사람을 소생시킨 축복받을 일도, 영원한 생명을 구현시킨 것도 아니야!” 와츠키 노부히로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매력적인 캐릭터 창조 능력과 그것을 받쳐주는 훌륭한 작화력, 빼어난 액션장면 연출에 있다. 그림만으로 박진감을 넘치게 해주는 작가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바람의 검심”은 그런 면에서 최고의 균형을 갖춘, 소년만화의 역사에서 새로운 획을 그은 작품이었다. 여성적이고 감성적인 캐릭터, ‘점프’식 스토리 진행, 박진감 넘치는 액션연출이 절묘하게 결합된 “바람의 검심”은 분명히 그간 ‘점프’가 만들어낸 메가힛트 작품들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오랜만에 돌아온 신작 “엠바밍”에서 작가는 말 그대로 ‘관록’이란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한 번 더 잘 생각해봐, 과거에 대해, 현재에 대해, 미래에 대해, 그리고 복수에 대해” 작화는 확실히 진일보 했다. “바람의 검심”때에는 무언가 부족한 듯, 허전함이 느껴졌다면 “엠바밍”에서는 화면을 가득 메우는 꽉 찬 긴장감이 느껴진다.(판형이 조금 더 크게 나오는 것이 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스토리도 나쁘지 않다. 인물들의 내면과 감정에 핀포인트를 맞추어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능력은 여전하다. 그리고 ‘인조인간’이라는 소재 또한 다분히 만화적인 것이다. 그런데 왜 일까? 현재 나온 2권까지는(2009.10.01 현재) 아직 “바람의 검심”때 같은 절묘한 밸런스가 느껴지질 않는다. 작화, 연출, 스토리, 캐릭터 모두 다 진보한 듯 보이나, 이상하게 작품의 일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무언가 전체적으로 좀 산만한 느낌이랄까? 아무튼 양념과 국물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렇다 해서 “엠바밍”이 재미없는 만화란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좀,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낃이씠닐까 하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전작인 “바람의 검심”을 워낙 재미있게 봤고, 당연히 와츠키 노부히로에게는 팬으로서 기대하는 부분이 있는데, 현재 “엠바밍” 2권까지는 아직 그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다. 그러나 3권이 나오면 난 또 살 것이다. 그만한 가치는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