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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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목소리 (The voices of a distant star)

“그리운 것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여름의 구름이나 차가운 비, 가을바람의 냄새와 봄의 부드러운 흙의 감촉.... 한밤중의 편의점이 주는 편안함과 방과 후의 썰렁한 공기와 칠판지우개의 냄새. 한밤중에 트럭이 달려가는 소리 같은 것, 그런 것을 언제까지나 함께 느끼고 ...

2009-12-18 유호연
“그리운 것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여름의 구름이나 차가운 비, 가을바람의 냄새와 봄의 부드러운 흙의 감촉.... 한밤중의 편의점이 주는 편안함과 방과 후의 썰렁한 공기와 칠판지우개의 냄새. 한밤중에 트럭이 달려가는 소리 같은 것, 그런 것을 언제까지나 함께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1인 애니메이션’ 제작자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는 2002년 일본에서 DVD로 발매되면서 큰 인기를 얻으며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성공과 명예를 가져다주었다. 신카이 감독은 음악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자신의 컴퓨터로 7개월 동안 제작했다고 한다. 그는 “별의 목소리” 이전에 5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로, 2000년 12회 DOGA 그래픽 콘테스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바 있다. 2004년에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를 만들어 냈고, 2007년에는 “초속 5센티미터”를 발표, 한국에서도 개봉되었다. “세계라는 말이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나는 세계라는 것은 휴대폰의 전파가 닿는 곳이라고 그저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너와의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메일이 도착하는 시간도 점점 길어져만 간다...중계서버는 공무가 우선....세계의 경계선이 조금씩 보이질 않는다...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가끔 알 수가 없어진다.” 2002년에 공개된 《별의 목소리》는 감독, 각본, 연출, 작화, 미술, 편집 등 대부분의 작업을 혼자서 진행한 25분짜리 풀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기존의 개인제작 작품들과는 질이 다른 수준을 보여주어 주목받았다.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다. 제1회 신세기 도쿄 국제 애니메이션 페어 21의 공모부문에서 우수상을 받고 실행위원장이었던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시장으로부터 "세계적으로 먹혀들어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재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빛과 그 효과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묘사를 보여주고 있어 종종 렘브란트에 비교되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개인의 고독, 현실의 지리멸렬함에 대비되는 어린 시절에의 그리움, 성장과 이별 등의 소재를 주로 다룬다. 처음부터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했기 때문인지 그림체라는 측면에서의 개성보다는 애니메이션의 효과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이다. (위키피디아에서 인용) “언제부터였을까, 돌아올 수 있냐고 묻는 것을 피하게 된 건...”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와 만화판 “별의 목소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작화에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판은 ‘빛’의 효과가 주는 강렬함과 애잔함이 보는 이의 감수성을 자극하지만, 만화판은 사하라 미즈의 탁월한 연출력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작화가 합쳐져 쓸쓸함과 안타까움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그림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그것대로 ‘그것만의 느낌’이 있다)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별의 목소리” 만화판을 사하라 미즈가 맡았다는 것인데, 애니메이션을 보는 내내 느꼈던 아쉬움을 만화가 충분히 채워주기 때문이다. 책과 화면이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지만, 난 역시 책이 주는 질감과 쓸쓸함이 더 좋다. 애니메이션을 보신 분들께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