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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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은하마을 상점가

“어린 시절부터 늘 함께 뛰어놀던 우리들은 작년에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처음으로 모두가 반이 갈라지는 귀중한 체험을 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제각기 새로운 친구도 생기고 조금씩 처음 느낀 작은 위화감이 흩어져서 깨닫고 보니 우리들은 약간 어색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예...

2009-12-14 김진수
“어린 시절부터 늘 함께 뛰어놀던 우리들은 작년에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처음으로 모두가 반이 갈라지는 귀중한 체험을 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제각기 새로운 친구도 생기고 조금씩 처음 느낀 작은 위화감이 흩어져서 깨닫고 보니 우리들은 약간 어색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예전과는 다른 지금의 느낌이 어쩐지 몹시 쓸쓸하다. 새로운 친구들도 정말 좋지만 역시 좀 특별하다.” 일본 순정만화 중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르가 있다면, “아기와 나”나 “보이”같은 성장물이다.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해서 각자의 사연과 관계를 겪으며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그런 이야기들은, 항상 나의 마음 한 구석에 조그만 위안이 되어왔다.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의 각박함을 달래주는 치유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는 것 같고, 무언가 아련한 느낌의 막연한 그리움 같은 정서가 느껴져서, 뭔가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우울해질 때면 책장에서 그런 책들을 잔뜩 빼서는, 간식을 옆에 놓고 누워서, 차분하게 읽었다. 요즈음은 그런 ‘치유의 독서’를 한 지 꽤 오래되었는데, 그건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 마땅한 작품을 만나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던 차에 지인의 소개로 읽게 된 “반짝반짝 은하마을 상점가”는 아주 오랜만에 나에게 그런 느낌을 살려내 주었다. 현재 나와 있는 9권까지(2009.10.02) 쉬지 않고 읽었는데, 오랜만에 만화에 푹 빠졌던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해 무서운 건 잔뜩 있었다. 하지만 너희들과 함께 웃고 있으면 마치 천하무적이 된 기분이다. 그러니까 손을 잡으면 달려갈 수 있어, 어디까지라도” “반짝반짝 은하마을 상점가”는 ‘은하마을 상점가’에서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란 소꿉동무들 여섯 명의 (남자 셋 여자 셋) 성장기다. 이야기 자체가 주는 힘도 굉장히 큰 편이지만, 이 여섯 명의 소년 소녀들의 감정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독자에게 아기자기하면서도 애잔한 느낌을 주게 만드는 작가의 기술이 정말 대단했다. 간간히 실려 있는 후기들을 촘촘히 읽어보면, 어린 시절 상점가 근처에서 자란 추억이 이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라고 밝히고 있는데, 단순히 작가가 경험했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엔 그 이유가 너무 약하다고 할 만큼, 이 만화는 정말 재미있다. “태어난 병원도 같고 태어났을 때부터 이웃사촌, 그야말로 태어나기 전부터 함께였다. 둘이 장난치고 있는 것을 누군가가 ‘고양이 같다’고 말했을 때부터 붙은 듯한 이름을 줄인 별명은 온 상점가에 퍼져 가족까지 그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여섯 명의 주인공들 중에서도 가장 중심적인 인물은, 야채가게 ‘야오코우’의 차녀 미야케 치노, 통칭 미케와 생선가게 ‘우오이치’의 차남 쿠로스 아이, 통칭 쿠로다. 이 ‘쿠로’와 ‘미케’ 커플은 이야기의 중심축이 되는 주인공이자 러브스토리의 중심인물이고, 성장기의 주체이자 작품 줄거리의 맥을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쿠로’와 ‘미케’로 시작해서 ‘쿠로’와 ‘미케’로 끝날 만큼 작품 안에서 이들의 비중은 절대적인데, 소꿉친구에서 친구로, 친구에서 사랑으로 서서히 발전해 가는, 이 귀엽고 깜찍한 소년소녀는 이 만화의 제목처럼 정말 “반짝반짝”하다. 우울함에 빠져 있는 어른들에게 이 만화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