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츠메 우인장
“나츠메 레이코가 골탕먹인 요괴들의 이름이 적힌 장부지. 사람과 좀처럼 친해지지 못했던 레이코는 그 분풀이로, 눈에 띄는 요괴들과 닥치는 대로 내기를 하고 싸웠다. 레이코는 강력한 요력을 갖고 있어서...거의 일방적인 구박이었지만, 상대에게 이긴 다음, 진 쪽이 부하가...
2009-12-07
김현우
“나츠메 레이코가 골탕먹인 요괴들의 이름이 적힌 장부지. 사람과 좀처럼 친해지지 못했던 레이코는 그 분풀이로, 눈에 띄는 요괴들과 닥치는 대로 내기를 하고 싸웠다. 레이코는 강력한 요력을 갖고 있어서...거의 일방적인 구박이었지만, 상대에게 이긴 다음, 진 쪽이 부하가 된다는 약속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 종이에 이름을 적게 했지. 그것을 모아 엮은 것이 ‘우인장’이다.” 요즘 일본 판타지 만화의 특징은 ‘간결함’과 ‘애잔함’인 것 같다. 물론 모든 판타지 만화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요즘 인기 있는 작품들을 보면 확실히 이 두 가지 코드가 대세다. 설정을 복잡하게 만들거나 너무 커다란 이야기로 끌고 가지 않고, 소소하고 간결한 이야기로 컨셉을 잡되, 이야기의 본질만큼은 애잔한 감동과 긴 여운을 남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그러한 ‘요즘 일본 판타지 만화’의 특성을 아주 잘 살려낸 만화가 최근 한국 십대들에게도 아주 인기 있는, 여기에 소개하는 “나츠메 우인장”이다. “그건 말이지...그 종이를 가진 자가 이름을 불러서 명령하면 절대 거역할 수 없다고 하기 때문이지, 즉 많은 요괴를 부릴 수 있게 된단 말이야. 그 종이를 태우면 그 요괴도 똑같이 된다고 들었어! 그래서 이 일대의 요괴들은 더더욱 나츠메 레이코를 찾고 있는 거다. 너는 지금 위험해.” “나츠메 우인장”의 스토리는 아주 간단하다. 엄청난 요력을 지녔던 할머니의 유품인 “우인장”을 갖게 된 소년 나츠메 타카시가 자신의 ‘이름’을 되찾으려는 요괴들의 계속적인 방문을 받게 되고, 할머니만큼 재질과 요력이 있는 타카시가 그들을 상대하면서 벌어지는 수많은 이야기들인 것이다. 이렇듯 “나츠메 우인장”의 설정 자체는 간단하다. 하지만 이 만화의 매력은 이 작가가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불어넣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애정’, 관계에 대한 ‘성찰’이다. 작고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힘을 쓰는 타카시의 행보에 수많은 요괴들이 진심을 담아 따르게 되고 그와 관계된 인간들도 타카시를 점차 믿게 된다. 그러면서 발생하는 수많은 ‘애잔한’ 사연들이 매 회 에피소드마다 잔잔하고 매끄럽게 펼쳐지는데 이 애잔함이 바로 이 만화의 진정한 매력이라 하겠다. “그렇군, 하나 씨가 떠난 게야, 하나 씨는 오랫동안 병을 앓아서, 요즘엔 여기 오는 것도 힘들어했지, 하나 씨는 나를 신으로 모셔준 마지막 사람이었으니, 그 사람이 가면 나도 사라져야 하네.” “나츠메 우인장”은 생각 없이 잡았다가 한없이 빠져드는, 아주 잘 만들어진 만화다. 요괴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그 개개의 수만큼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끝을 맺는다. 특히 가슴에 남은 장면은 ‘인간의 생명은 너무 짧아’라고 슬프게 되뇌이는 어느 요괴의 대사였다. 자신을 홀로 남겨놓고 죽어 버린, 이 세상엔 없는 그 인간을 한없이 그리워하게 되어버린 어느 요괴의 슬픈 독백은, 영원과 순간 사이의 시공을 꿰뚫는 진실한 성찰이며, ‘관계’라는 것의 본질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돈도, 행복도, 사랑도 아닌, 나 아닌 타인을 대할 때의 진실함이라는 것을, 이 작품이 깨닫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