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켄 (FUJIKEN)
“후지켄! 잘 있었냐?” 불량아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만화의 주요소재다. 그도 그럴 것이 인생에서 한 번밖에 없는,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시절의 이야기니 얘깃거리가 넘쳐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청춘만화란 그리 쉽게 만들어지진 않는다. 나름대로 공식이 있...
2009-06-03
김현우
“후지켄! 잘 있었냐?” 불량아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만화의 주요소재다. 그도 그럴 것이 인생에서 한 번밖에 없는,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시절의 이야기니 얘깃거리가 넘쳐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청춘만화란 그리 쉽게 만들어지진 않는다. 나름대로 공식이 있는 것이다. 싸움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면 주인공이 넘어야 할 강적들을 계속 출현시켜야 하고, 연애가 소재라면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들과 오해를 적절히 배치해야 재미가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후지켄”은 이러한 점을 잘 살려 만들어진 불량아들을 주인공으로 한 일종의 코미디다. 킬링타임용으로 딱 좋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가볍고 편안한 작품이다. “졸업하면 결혼하자.” “후지켄”의 특징은 싸움과 연애를 아주 잘 섞어놓았다는 것이다. 사실 이 시기 남자애들의 주요 관심사는 딱 두 가지, 폭력과 이성(異性)으로 함축되기 때문에 어쩌면 타겟을 아주 잘 노리고 만들어진 청춘물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다만 “후지켄”은 “로꾸데나시 블루스”처럼 무겁지가 않다. 그림도 이야기도 매우 가볍고 산뜻하다. 그래서 아주 쉽게 읽히고 쉽게 웃는다. 물론 남는 것은 없다. 킬킬거리며 지나간 시간만이 남을 뿐이다. “처음 너랑 붙었을 때, 최후에 날린 건 너였어, 우연히 들어맞은 어퍼컷, 그건 진짜…행운의 펀치였다구.” “후지켄”은 주인공 후지야마 켄사쿠의 애칭이다. 주인공인 후지켄은 당연히 싸움을 잘한다. 여자도 밝힌다. 사리분별 못하는 바보다. 하지만 언제나 유쾌하고 친구를 소중히 한다. 외향적인 특징으로는 키가 좀 작다는 것이 의외인 정도로, 불량아 만화에 딱 맞는 주인공이다. 그러나 “후지켄”은 주인공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사쿠라다 몬지, 카노 토요키, 아키야마 유지 등 개성 넘치는 친구들이 각자의 사연과 특색을 갖고 이야기를 동시다발적으로 풀어나간다. 작가가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 것 또한 “후지켄과 유쾌한 친구들”이다. “뭣하면 지금부터 이 중에서 가장 센 놈을 정할까?” “후지켄”은 총 22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마지막 권, 특히 결말 부분이었다. 수십 명의 등장인물들에게 “졸업후의 그들”이라는 테마로 각자의 미래를 만들어주며 개그맨 콤비가 되어 연예계에 진출한 후지켄과 사쿠라다로 끝을 맺는 장면이 좋았다. “불량아들이라 해서 인생이 망가지는 것은 아니다”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