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치맨 (WATCHMEN)
“평범한 살인사건을 하나 조사했어요. 피해자는 에드워드 블레이크. 그의 코스튬을 장롱 속에서 찾았죠. 그가 ‘코미디언’이었던 것 같습니다.” “왓치맨”은 코믹스계 안팎에서 유례없는 극찬을 받았다. 1988년 그래픽 노블로는 최초로 팬투표에 의해 수여되는 세계 최고...
2009-04-21
안경엽
“평범한 살인사건을 하나 조사했어요. 피해자는 에드워드 블레이크. 그의 코스튬을 장롱 속에서 찾았죠. 그가 ‘코미디언’이었던 것 같습니다.” “왓치맨”은 코믹스계 안팎에서 유례없는 극찬을 받았다. 1988년 그래픽 노블로는 최초로 팬투표에 의해 수여되는 세계 최고권위의 SF상인 휴고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에는 그래픽 노블로서는 유일하게 “타임”에서 선정하는 ‘1923년 이후 발간된 100대 소설 베스트’에 포함됐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선정 ‘지난 25년간 가장 위대한 책 100권’중 1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그래픽 노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코믹스계의 “시민 케인”이라 불리며 칭송 받고 있다. <무비위크, No366, p63에서 인용> “코미디언은 살해당했고, 닥터 맨해튼은 유배됐죠. 우리들 중 둘이나 사라졌습니다. 일주일 사이에요. 누가 그 다음일까요? 바이트? 저스패직? 나?” “왓치맨”은 읽기에 용이하고 평범한 만화(원래 영어권에서 주로 유통되는 만화형식은 그래픽 노블 또는 코믹스라고 불러야겠지만 편의상 만화로 총칭하기로 한다)가 절대 아니다. 매우 정교하고 꼼꼼한 그림들과 일사불란하게 나뉘어진 컷 구성, 전반적으로 음울한 분위기의 색체에 말 풍선마다 빽빽한 수많은 대사들 등, 일본 만화의 형식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 독자들에게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형태의 만화이기 때문이다.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닌 미국의 그래픽 노블계에서 조차 “난해한 책”이라고 소개하는 것을 보면, “왓치맨”의 작가는 독자들의 용이한 접근을 허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집필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어. 11일 동안 네 명의 히어로가 공격을 받았다는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야.” “왓치맨”의 특색은 “슈퍼맨”이나 “원더우먼”같은 초능력을 지닌 히어로가 지구를 구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주인공들이 코스튬을 입고 히어로가 되어 현실 속에서 투쟁해간다는 이야기에 있다. 물론 ‘닥터 맨해튼’처럼 거의 신의 능력에 가까워진 초능력 히어로도 있지만, “왓치맨”에 등장하는 히어로의 대부분은 자신의 피나는 단련에 의해 힘을 얻게 된 보통 인간들이다. 그래서일까? “왓치맨”은 그 난해한 작품 구성과 매우 심각한 정치적 비유, 배배 꼬인 스토리들의 조합으로 인해 20여 년간 판권만이 여기저기 영화스튜디오를 떠돌았을 뿐, 실사영화화 되지 못하고 시나리오 각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긴 세월이 지나고 여러 차례의 각색이 실패로 끝난 이후에야 2005년 드디어 워너브러더스의 손에 의해 영화화가 가능해지고 2009년 3월 한국의 관객에게도 실사영화로 개봉되기에 이르렀다. 원작인 그래픽 노블보다 더 세련되고 화려하게 변했다는 “왓치맨”의 실사영화판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