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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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집사

“팬텀하이브가의 집사된 자, 이정도 기술을 다루지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요즘 청소년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만화장르는 역시 판타지다. “슬램덩크”의 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있는 “원피스”는 말할 필요도 없고 “D-그레이맨”, “페어리테일”, “은혼” 등등 신...

2009-04-16 안경엽
“팬텀하이브가의 집사된 자, 이정도 기술을 다루지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요즘 청소년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만화장르는 역시 판타지다. “슬램덩크”의 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있는 “원피스”는 말할 필요도 없고 “D-그레이맨”, “페어리테일”, “은혼” 등등 신간이 나올 때 마다 항상 판매순위의 상위차트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이 판타지다. 왜 청소년들은 판타지에 열광하는 것일까? 만화의 속성에 가장 잘 부합되는 장르라서? 상상의 나래에 제약이 전혀 없는 장르라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도 뭐든지 이뤄질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도대체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가장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이유가 하나 있다면, 그건 “무척 재미있다”라는 사실로 한마디로 잘 만들어진 만화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팬텀하이브가의 당주는, 나 ‘시엘 팬텀하이브’야.” 어찌됐든 근래에 계속되는 판타지붐을 타고 학산문화사에서 새롭게 미는 일본의 판타지 만화가 한국에도 등장했다. 제목은 “흑집사”, 일본만화의 흥행공식이기도 한 동명의 애니메이션과 함께 한국어판으로도 출간되어 청소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현재 5권까지 출간되어 있는데 내용은 딱히 다른 판타지물과 비교해서 그리 차별성은 없으나 청소년들의 눈높이와 취향에 맞춘 그림체와 설정들이 눈에 띤다. “언제까지나 도련님 옆에 있겠습니다. 마지막까지….” “흑집사”의 설정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주인공이 ‘집사’라는 것이다. 베일에 싸인 영국귀족 팬텀하이브가의 집사인 세바스찬이 그 주인공인데 항상 검은 옷만 입고 다녀서 “흑집사”라 불리는 것 같다. 어쨌든 세바스찬은 인간이 아닌 악마라는 점이 이 만화 설정의 핵심이라 하겠다. 요리, 집안일, 조경, 무술, 접대, 사교댄스, 정보수집, 때로는 인간이 아닌 자와의 싸움까지 뭐든지 만능으로 해내는 슈퍼집사 세바스찬은 인간이 아니다. 당주인 열 두 살의 소년 시엘이 자신의 한쪽 눈에 계약의 징표를 박아 넣고 무언가 은밀한 거래를 맺어 자신의 시종처럼 부리고 있는 악마인 것이다. 그래서 불가능한 일이라도 뭐든지 척척 해내는 것이 가능하고 작품의 기괴스럽고 미스터리한 분위기까지 은근히 만들어주는 역할인 것이다. “저는 인간이 만들어낸 화폐 따위에는 흥미가 없습니다. 저는…악마이자, 집사니까요.” “흑집사”는 고객의 취향과 현재의 시장상황을 아주 잘 파악해서 주도 면밀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매우 스타일리쉬하고, 판타지 만화의 공식이 정확히 등장하며, 소소한 개그 컷도 빼놓지 않고 있다. 아마도 당분간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흑집사”의 인기는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