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쿨루스 (Homunculus)
“기계를 기계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죠. 요즘 세상은 인간 쪽이 기계보다 훨씬 더 기계 같으니까 말이죠.” 한 인간의 내면에는 수도 없이 많은 욕구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다양한 욕구들은 뇌 속에 모여 다양한 정보를 조합해 내고 우린 그걸 정신, 또는 영혼이라...
2009-04-10
석승환
“기계를 기계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죠. 요즘 세상은 인간 쪽이 기계보다 훨씬 더 기계 같으니까 말이죠.” 한 인간의 내면에는 수도 없이 많은 욕구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다양한 욕구들은 뇌 속에 모여 다양한 정보를 조합해 내고 우린 그걸 정신, 또는 영혼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인간의 외모가 개개인 별로 다양하다지만 겉으로 비춰지는 모습보다도 그 인간의 내면적인 모습, 즉 영혼이 다른 이들과 구분되는 진정한 다양성을 유지시켜준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겉으로는 웃고 있으나 그 사람이 무얼 생각하고 있는지는 파악하기 힘들고, 설령 그가 슬피 운다 하더라도 그것인 진짜 슬픔인지는 그 사람만이 안다. 그 사람이 ‘내 마음은 이래’라고 고백을 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거짓말이 아닌 진실인지는 그 사람만이 안다. 결국 인간은 자기 이외의 타인에 대해 자신의 상황에 미루어 ‘짐작하는 것’밖에는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마음이 통하고 진실된 무엇인가를 교감했다 해서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인간만이 저지르는 가장 심각한 착각이자 철학적 오류다.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는 수많은 철학자들은 이것을 ‘커뮤니케이션의 한계에서 비롯되는 존재의 근원적인 불안함’이라고 표현했다. 인간이란 결국 ‘절대적으로 혼자인 존재’라는 것에 대해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홈리스가 모여드는 공원….그것과, 상류층이 모여드는 일류 호텔…딱 그 틈새에 있다는 것이 멋지잖아요.” 여기에 소개하는 “호문쿨루스”는 도대체 무엇이라 정의 내리기 힘든, 인간의 내면적인 욕구와 심리상태를 포착하고자 하는 작가의 눈물겨운 상상력이 만화로 구체화 된 것이라 하겠다. 설정이 아주 독특한 만화에 해당하는데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어느 날 수수께끼의 한 남자가 삶의 근원적인 고민에 빠져있는 한 남자에게 ‘제 6감’을 싹트게 하는 외과 수술을 제안한다. 뇌를 감싸고 있는 두개골에 아주 조그만 구멍을 뚫는 ‘트리퍼네이션’이라는 시술로서 그 수술을 받으면 유령이 보인다거나 초능력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과정은 처치하고 어쨌든 그 남자는 ‘트리퍼네이션’을 받는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생긴 능력은 아주 놀라운 것이다. 한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만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내면적인 상태가 아주 특이한 형상으로 재구성되어 보여지는 것이다. 가령 목이 없거나 목이 길쭉하게 늘어나 보이는 할머니는 과거에 사귀던 남자에게 심하게 목을 졸린 기억이 있으며, 손가락만이 인간의 형상을 한 전신이 로봇으로 보이는 야쿠자는 어린 시절 실수로 친구의 손가락을 자른 일이 있다. 명품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여자는 오른쪽 얼굴이 여러 개로 쪼개지며 재구성되고 물건을 훔치는 여고생은 온몸이 모래로 된 괴물로 보인다. 서서히 주인공은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된다.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어렵고 기괴한 만화 “호문쿨루스”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