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덜트 베이비 (ADULT Baby)
“정말 다시 태어났단 말인가….이게 환생했다는 것인가?” ‘픽션(fiction)’이라는 단어가 가진 뜻은 원래 라틴어 픽티오(fictio:형성하는 것)가 어원이며 사실에 관한 직접적인 기록이나 묘사와는 달리 가공의 인물이나 이야기를 구상하는 것을 말한다. 허구(虛...
2009-04-06
김진수
“정말 다시 태어났단 말인가….이게 환생했다는 것인가?” ‘픽션(fiction)’이라는 단어가 가진 뜻은 원래 라틴어 픽티오(fictio:형성하는 것)가 어원이며 사실에 관한 직접적인 기록이나 묘사와는 달리 가공의 인물이나 이야기를 구상하는 것을 말한다. 허구(虛構)라고도 한다. 상상에 의한 창작을 일반적으로 이르는 말이며 영어에서는 소설(stories, novles)를 총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픽션장르 중에서 독보적인 분야 중 하나가 아마도 만화일 것이다. 그림과 글이 적절히 혼합되어 일정 규모의 내러티브를 지닌 스토리텔링의 한 장르로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만화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기발한 상상력에 있다. 인간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말을 대변하듯 만화가들은 오랜 세월 동안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상상력을 발휘해왔던 것이다. “생후 4개월…나는 드디어 조금씩 기어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에 소개하는 “어덜트 베이비”는 만화적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다. 어느 날 대중목욕탕에서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 야쿠자 아저씨가 마침 같이 목욕탕에 있던 임산부의 몸을 빌려 귀여운 아이로 환생한다는 설정인데, 설정 자체가 매우 독특한데다 더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야기의 대부분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 아기 호시오가 몸은 아기인 채로 30대 야쿠자 아저씨의 정신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데 있다. “남자란 말이야, 쭉 들이키고 시름을 달래지, 그것이 내일을 향한 활력소가 되는 거야. 때론 이런 것도 필요한 거라구” “어덜트 베이비”는 정말 웃기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갓난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행동들을, 마치 전생의 기억에 의해 모든 것을 인지하고 있으나 몸이 따라 주지 않는 상황이어서 벌어지는 일인 것처럼 만들어 놓은 것은 이 작가의 독특한 재능이라 할 수 있다. 가령 아이가 젖을 먹기 싫어하며 버둥거리는 것을 전생의 기억 때문에 부끄러워하는 모습이라는 설정이라든지, 집안을 여기저기 기어 다니며 물건들을 망가뜨리고 사고를 치는 것 역시, 전생의 기억에 자리하고 있는 ‘맥주의 맛’을 잊지 못해서 아기가 벌이는 일이라든지 하는, 아주 독특한 상상력의 세계다. 그리고 이 독특함은 책장을 넘기는 것 만으로도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아주 자연스러운 연출이 뒤따라 오면서 독자들을 잠깐 동안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으로 안내한다. 아마도 작가는 갓난 아이들의 일상을 주도 면밀하게 관찰해왔을 것이다. 소설로는 표현해내기 힘든 부분이 바로 이런 아이들의 섬세한 표정인데 “어덜트 베이비”는 만화의 장점을 십분 살려 아기 호시오의 풍부하고 다양한 표정들과 일상의 장면들을 엉뚱하게 매치시켜 큰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