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앵전 春鶯傳 (천재藝人 임춘앵 이야기)
“나는 인자껏 춤꾼으로 살아오면서 많은 예인들을 만났제. 그 중에는 천재도, 수재도, 범재도, 둔재도 있었제… 천재는 압도적으루다가 그 재능을 빛내기 나름이지만…은젠가는 천재이기 땜시 부딪히게 되는 ‘천재으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 말이여, 많은 천재들이 그 한계를 ...
2009-03-31
유호연
“나는 인자껏 춤꾼으로 살아오면서 많은 예인들을 만났제. 그 중에는 천재도, 수재도, 범재도, 둔재도 있었제… 천재는 압도적으루다가 그 재능을 빛내기 나름이지만…은젠가는 천재이기 땜시 부딪히게 되는 ‘천재으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 말이여, 많은 천재들이 그 한계를 넘어서덜 못허고 좌절허게 되재, 머지않아 너그들도 그 한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여…천재으 한계를 넘어서서 역사에 남는 명인이 되야 불는지 순간으 재능을 불사르고 한 줌 재가 되야불지는 너그들에게 달린 것이여” 임춘앵(1923-1975)은 15살 때 광주국악원에서 창무극을 배우기 시작해 20살 때에는 판소리 여섯 마당을 비롯하여 검무, 승무, 살풀이 등 전통 춤사위와 소리를 두루 섭렵한 여류 국악인이다. 1948년 여성 국악 동호회를 조직,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여성 국극을 체계적으로 만들고 ‘옥중화’, ‘해님달님’ 등 주옥 같은 작품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임춘앵은 당시, 오늘날의 원더걸스나 소녀시대의 인기에 버금갈 만큼 대인기 스타였다.(책 소개글에서 인용) “광주에서 올라 온 동기(童妓)라고? 그럼 이 집이 딱이야! 명일관, 국일관, 식도원, 천향원, 아서원, 태화원, 대륙원, 제일루…이름난 요정, 요릿집들도 멀지 않고 조선 권번, 종로 권번, 한남 권번 같은 경성의 3대 권번 사무실도 여기 다 모여 있지. 전에 이 집에 살던 기생도 일본에서 레코드판 내서 큰 돈 벌어나갔지.” “춘앵전”은 실존인물 임춘앵을 소재로 “천일 야화”의 전진석, 한승희 콤비가 다시 손발을 맞춘 장편극화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며 요즘으로 치면 뮤지컬 배우로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한 임춘앵의 일대기를 재미있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광주는 예향(藝鄕)이니 어땠을지 모르지만, 경성에선 무슨 행사가 아니고서는 승무니 검무니 하는 옛무용은 출 일이 별로 없단 말이오. 신나고 경쾌한 신무용을 봐야 손님들도 신이 나서 술을 먹지.” 실존인물의 삶을 만화로 각색한다는 것은 사실 상당히 어렵다. 역사적인 고증이 있어야 하고 나름대로 준비된 자료를 바탕으로 그 위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픽션을 가미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실존 인물의 삶이 좋은 점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 자체가 매우 극적인 스토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작품의 재미와 감동을 독자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는 근거가 미리 존재한다는 점이다. “춘앵전”은 실존인물의 삶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딱딱한 위인전이나 학습만화처럼 꾸민 것이 아니라 명백히 ‘드라마’를 지향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 시대의 사회상을 보여주거나 또 다른 실존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주인공이 인간으로서 성장해가는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