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루보로
“이 불량배랑, 공부벌레인 이 몸…지금 보기엔 접점 따윈 요만큼도 없어 보이지만, 우리 둘은 한때…형제처럼 사이 좋은 불알친구였다. 초등학교 2학년 여름…내가 학원을 다니기 전까지는…” 청춘이라 불리는 한 페이지,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소년들의 거친 일상을 리...
2009-03-19
유호연
“이 불량배랑, 공부벌레인 이 몸…지금 보기엔 접점 따윈 요만큼도 없어 보이지만, 우리 둘은 한때…형제처럼 사이 좋은 불알친구였다. 초등학교 2학년 여름…내가 학원을 다니기 전까지는…” 청춘이라 불리는 한 페이지,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소년들의 거친 일상을 리얼하게 잡아낸 만화 “와루보로”는 원래 동명의 소설을 만화로 옮긴 작품이다. 이 소설은 2007년에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개봉되었다. “와루보로”란 ‘불량하고 너덜너덜하다’의 줄임말이라고 하는데, 총 3권으로 이루어진 이 만화의 끝에 수록된 원작자의 말을 빌리자면, 만화판 ‘와루보로’가 가장 늦게 나온 듯 하다. (소설 ? 영화 ? 만화의 순으로 제작되었다) “언제나 책상 앞에만 붙어 있던 내게, 친구가…그리고 며칠이 흘렀을까…내 인생은 완전히 뒤집어졌다.그건 마치 걸레짝 같은 청춘이 막을 연 것 같았다.” “와루보로”의 컨셉은 한마디로 하자면, 공부벌레였던 모범생이 학교를 주름잡는 깡패 옛 친구와의 인연으로 불량배로 변모한다는 이야기다. 언뜻 보기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원작이 소설이어서 그런지 꽤나 설득력 있는 이야기 전개 과정을 밟고 있다. “내가 다니는 이 산죠 중학교는 니시키 초등학교와 하고로모 초등학교, 두 곳의 졸업생들이 다니는 공립 중학교였다. 다만 이 학교에선…하고로모 초등학교 출신 깡패들과 니시키 초등학교 출신 깡패들이 서로 반목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일단 무대는 평범한 중학교다. 주인공인 코이치는 학교에서 전체 1등을 다투는 모범생, 별명도 ‘공부벌레맨’이다. 코이치가 남몰래 좋아하는 같은 학년의 여학생 키쿠코는 역시 공부 잘하는 얌전한 여학생으로 별명이 ‘공부벌레걸’이다. 코이치의 일상은 키쿠코와의 국회의원 끝말잇기로 시작해 하루 종일 열심히 공부하는 것 외엔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코이치와 같은 반엔 학교에서 악명이 드높은 불량배 얏코가 있는데 사실 코이치와 얏코는 코이치가 학원에 다니기 전까진 둘이서 함께 온갖 말썽을 다 부리고 다녔던 둘도 없는 친구였던 것이다. 사건은 수업시간 중에 얏코의 사소한 시비로 코이치와 싸움이 붙게 되면서 시작된다. 좋아하는 키쿠코 앞에서 얏코에게 무참하게 얻어 터지던 코이치는 순간 강렬한 박치기를 얏코에게 먹이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장렬한 싸움을 벌인다. 믿어지지 않는 승리를 거둔 코이치, 양호실 거울 앞에서 삐뚤어진 코를 보고 있던 코이치에게 상처투성이가 된 얏코가 다가와 웃음을 날리고, 그 순간부터 잊고 있었던 오래된 우정이 되살아난다. 그 후 코이치는 얏코와 어울려 다니며 서서히 불량배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와루보로”는 아주 짧은 단편 같은 느낌의 청춘만화다. 이런 류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