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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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명의 (最上의 命?)

“아기의 관상동맥 두께는 겨우 1mm, 수술 후 혈관 파열이나 혈액 역류를 막으려면, 그토록 가는 관상동맥을 한치의 실수도 없이 잇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신의 영역!” 의학을 소재로 한 만화는 언제나 흥미롭다. 우리나라 만화계가 가장 취약한 장르가 바로 이...

2009-03-17 석재정
“아기의 관상동맥 두께는 겨우 1mm, 수술 후 혈관 파열이나 혈액 역류를 막으려면, 그토록 가는 관상동맥을 한치의 실수도 없이 잇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신의 영역!” 의학을 소재로 한 만화는 언제나 흥미롭다. 우리나라 만화계가 가장 취약한 장르가 바로 이 분야인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소재 자체가 워낙 전문성이 높고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세계라서 취재가 용의하지 않다. (물론 그런 것에 앞서서 ‘시장의 협소로 인한 손익분기달성요원’ 이라는 대한민국 만화계가 가진 최대의 병폐 때문에 아예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작가도 만화후기에 밝혔듯이 의학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취재도 하고 이야기도 만드는 최강의 원작자’라고 밝히고 있다. “멋은 둘째치고 어려운 게 문제야, 애들 장기는 어른보다 작고 약하니 수술이 어렵지, 그래서 미국 같은 데서는 소아외과의를 최고의 기술자로 보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도 않고”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최상의 명의”는 천재 소아외과의가 각종 희귀한 임상사례들을 가진 아이들을 신기에 가까운 기술로 구해낸다는 지극히 간단한 설정의 만화다. 주 독자층도 성인이라기 보단 청소년층에 타겟을 맞춘듯한 그림체에 간단한 스토리다. 다소간에 무리가 따르는 상황도 많이 등장하지만 ‘만화니까’하고 넘어가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어차피 주인공은 ‘천재’로 설정되어 있으니까 “소아외과는 눈앞에 있는 생명을 구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 앞에 있는 무한한 미래의 친구와 자손들…즉 무한한 수형도의 그 끝에 있는 사람들까지 구하는 것임을 알았지.” 그러나 ‘만화니까’하고 넘어가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경우가 있다. 그건 바로 스토리와 그림의 부조화다. 원작자의 탓인지 그림작가의 탓인진 몰라도 이 만화는 이야기가 그림 속에 완전히 녹아있지 못하다. 이야기와 구체적인 의학지식은 산처럼 넘쳐나는 데 작가가 껴안아 그림 속에 이야기로 녹여낸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재미가 없다. 전문적인 의학지식이 마구 넘쳐나고 희귀한 임상사례들에 대한 소개도 다양하지만 정작 이야기 속에 녹아나질 않아서 그저 산만하게 느껴질 뿐이다. “아이들을 상대하는 게 우리 일인데 마음은 어렸을 때 그대로여야죠.” 이 만화를 보면서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그건 일본도 한국처럼 소아과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다. 현재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소아과 지원 기피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듯하다. 참 씁쓸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