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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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深夜食堂)

“영업시간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 경까지, 사람들은 ‘심야식당’이라고 부른다. 손님이 오냐고? 근데 꽤 많이 오더라니까.” 소시민들의 삶이란, 이야기로 주목 받기에는 너무 평범하고, 일상이라 치부해버리기엔 너무 다양하다.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사람은 없으며 누...

2009-03-10 석재정
“영업시간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 경까지, 사람들은 ‘심야식당’이라고 부른다. 손님이 오냐고? 근데 꽤 많이 오더라니까.” 소시민들의 삶이란, 이야기로 주목 받기에는 너무 평범하고, 일상이라 치부해버리기엔 너무 다양하다.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사람은 없으며 누구에게나 몸을 쉴 곳과 이야기를 할 상대, 무언가를 먹을 곳이 필요하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심야식당”은 밤 12시부터 문을 여는 심야의 식당을 무대로 담담하고 뭉클한,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보여주고 있다.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맥주, 청주, 소주, 메뉴는 이 것뿐이다. 나머지는 알아서들 주문하면 만들 수 있는 한 만든다, 는 것이 내 영업방침이다.” “심야식당”은 매 회 에피소드의 제목을 하나의 요리로 정해놓고, 그 요리에 관한 이야기와 인물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가령 첫 회의 제목은 ‘빨간 비엔나 소시지’로, 무엇이든 주문하면 재료가 있는 한 만들어주는 식당주인(마스터라고 불린다)의 관점에서, 야쿠자 류씨와 게이바를 운영하는 코스즈씨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야기 자체는 크게 재미있거나 대단한 사건이 있지는 않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이 심야의 식당에 모여 서로의 요리를 바꿔 먹으며 잔잔한 정을 쌓아간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간단한 구성방식이 이야기의 끝 무렵에 묘한 충만감을 주곤 한다. “그 후 가게에서 만나면 두 사람은 자주 바꿔서 먹곤 했다. 가끔 류 씨가 비엔나를 주문해 놓고 코스즈 씨가 오는 것을 기다리는 일도 있었고 그 반대도 있었다.” “심야식당”의 심심한 에피소드가 주는 묘한 충만감의 정체는, ‘삶의 무게에서 비롯된 인정(人情)’이다. 아마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은 아직 느끼지 못할 감정일 것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이다. 외롭다, 퍽퍽하다, 소외감을 느낀다, 말벗이 필요하다, 등등 어느 정도 세상의 시스템을 알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 그런데 오늘은 몸까지 피곤하다. 그래서 쓸쓸한 마음을 품고, 적당히 지친 몸을 이끌고 찾은 심야의 식당에서 맛있는 안주나 추억의 음식을 앞에 둔 채 옆 자리의 사람들과 술 한잔 하며 담소를 나눈다. 이 평범한 구도에 사실 인생의 핵심이 담겨있다. “그래, 세상 일이라는 게 크게 대단하거나 별다를 것이 있겠어? 누구나 자신만의 사연이 있고, 취향이 있고, 고민이 있겠지, 오늘 일은 그 뿐이야.” 이 단순하고 평범한 논리는 손님 각자의 에피소드로 바뀌어 읽는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자극한다. “심야식당”은 크게 대단하지도 마구 감동적이지도 않지만, 인생의 애잔함과 행복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어른들의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