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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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다

한국만화가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장르가 있다면 순정만화 장르라 할 수 있다. 소위 세간에서 말하는 ‘한국적 감수성’을 가장 충실히 표현해 온 장르이기도 하고 ‘드라마’라는 원초적인 엔터테인먼트의 기초를 문화 산업계의 중심이 아닌 저변에서 묵묵히...

2007-09-07 석재정
한국만화가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장르가 있다면 순정만화 장르라 할 수 있다. 소위 세간에서 말하는 ‘한국적 감수성’을 가장 충실히 표현해 온 장르이기도 하고 ‘드라마’라는 원초적인 엔터테인먼트의 기초를 문화 산업계의 중심이 아닌 저변에서 묵묵히, 탄탄하게 쌓아온 장르이기도 하다. 다양한 색깔을 지닌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다수 포진해있는 이러한 한국순정만화계에서 20여년이 넘도록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놓은 작가들이 몇몇 있는데, 더 이상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작가분도 계시지만, 아직도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도 있다. 긴 세월동안 독자들과 함께 늙어가면서 20여년이 넘게 현역으로 활동하는 순정작가, 그 중에서 가장 발군의 순정작가는 아마도 ‘강경옥’이라는 이름일 것이다. ‘강경옥’의 힘은 흡인력 있는 이야기에서 나온다. 강경옥의 작품을 읽다보면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탁월한 설정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등장인물들의 세밀한 심리묘사가 마치 잘 짜여진 심리극 한 편을 보는 것 같은데, 물론 촘촘한 구성력을 가진 순정작가는 많이 있다. 하지만 강경옥이 놀라운 것은 장르를 불문하고 이러한 능력이 발휘된다는 점일 것이다. SF든, 판타지든, 정통 순정물이든, 공포물이든 간에 강경옥의 작품은 작가 특유의 색깔이 드러남과 동시에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그것이 데뷔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최고의 순정작가라는 닉네임을 강경옥에게 부여해 준 힘일 것이다. 공포장르는 시대를 막론하고 탄탄한 매니아층과 함께 굳건히 살아남아 왔다. 오랜 문화산업의 역사에서 비록 메이저라 불리 우는 장르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공포와 호러장르는 결코 없어질 수 없는 단단한 지지층이 있다. 이것은 아마도 공포라는 인간 근원의 감정이 지시하는 하나의 무의식이라고 생각되는데, 사람은 누구나 평온함 속에서 자극을 필요로 하고, 안정감 속에서 위험을 추구하며, 질서 속에서 일탈을 꿈꾸는,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인간의 속성을 주재하는 본능적 욕구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가장 쉬운 일탈은 ‘공포’다. 인간은 아주 오랜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미지의 존재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 왔으며 아직까지도 인간의 능력으로는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존재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렇게 그 존재에 대해 해명하지 못한 무지(無知)의 존재들에 대해서 인간들은 공포감을 갖는다. 그리고 어두움이라는 시간을 평생 짊어지고 가야하는 인간에게 미지의 존재는 곧 어두움이며 가장 근원적인 공포는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절대불변의 진리다. 여기에서 세 가지, 공포 장르의 공통적인 분모가 나타난다. “미지의 것”, “어두움”, “죽음” 이 세 가지의 요소가 작품 속에서 합쳐지고 스토리와 캐릭터에 녹아질 때 그 작품을 읽는 독자는 일상 속에서의 공포라는 아주 색다른 일탈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강경옥의 “두 사람이다”는 1999년에 발표한 작품이지만 이번에 애장본으로 묶여(전 3권) 다시 독자들 앞에 나오게 되었다. 예전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이 작품의 영화화가 드디어 구체화되었고(얼마 전 윤진서를 주연으로 한 티져 포스터가 언론에 공개 되었다) 때를 맞추어 애장본으로 다시 발간된 이 책을 보니 만화 애호가로서 기쁜 마음을 감출 길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