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 소장판
시속 140km의 포크볼과 시속 150km의 직구를 섞어 던지는 천재 투수와 어떠한 투수의 공이라도 두 번만 상대하면 여지없이 담장을 넘겨버리는 천재 타자, 중학시절 같은 중학교에서 같이 야구를 한, 너무 친해서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친구사이, 그리고...그...
2007-09-06
이지민
시속 140km의 포크볼과 시속 150km의 직구를 섞어 던지는 천재 투수와 어떠한 투수의 공이라도 두 번만 상대하면 여지없이 담장을 넘겨버리는 천재 타자, 중학시절 같은 중학교에서 같이 야구를 한, 너무 친해서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친구사이, 그리고...그들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그녀 히까리...히로와 히데오라는 숙명의 라이벌이 갑자원을 무대로 첫사랑을 놓고 벌이는 박진감 넘치는 승부... 만화 애호가들 사이에서 “명작”이라 불리는 목록에는 반드시 들어가는 아다치 미츠루의 "H2"다.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은 단편이건 장편이건 간에 어느 것 하나 뺄 것이 없는 수작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단연코 "H2"를 뽑을 것 같다. 그만큼 "H2"는 잘 만들어진 만화다. 스토리, 구성, 연출, 캐릭터, 그림 등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으며 심각함과 유쾌함, 단순함과 복잡함, 박진감과 아련함 등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갖춘, 최고의 밸런스를 시작부터 결말까지 완벽하게 유지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누가 읽던 간에 한 번 잡으면 밤을 새우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으며 읽고 난 후에는 어떠한 독자라도 아다치 미츠루가 천재라는 것에 이견을 달지 못할 것이다.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엔 다양한 인물과 소품들이 등장한다. 이 다양하고 개성 있는 조연들은 남녀 주인공의 사랑에 때론 결정적 오해의 원인으로, 때론 극심한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며 주인공들의 감정변화에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 놀라운 점은 만화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모두, 때론 소소한 감동을 주거나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조연들과 관련된 자잘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다치 미츠루 만화의 진정한 매력은 작품 전반에 걸쳐 많아야 두, 세 번, 어떤 때는 딱 한 번, 감정의 결말 또는 진실을 암시처럼 알려주는 점인데 이때 독자가 느끼게 되는 아련한 슬픔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오래도록 가슴에 여운을 남긴다. 이런 형식의 아다치 미츠루 연출법에 한번 중독되기 시작하면 작품 속에서 헤어 나오기 정말 힘들 정도로 그의 천재성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다. "H2"에서 아다치 미츠루의 재능은 최고의 빛을 발한다. 히로와 히데오는 너무나 친한 친구이자 야구에서의 라이벌이며 히까리의 마음을 차지하고픈 연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세 명의 주인공들 간의 관계가 단순한 삼각관계라면 이 작품이 명작의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또 한 명의 소녀, 하루까의 존재가 이 작품을 명작의 반열에 오르게 하는 최고의 캐릭터다. 히로를 좋아하는 아름다운 소녀이자, 야구부가 없던 센까와 고교에 야구부를 만들어 갑자원에 올려놓은 최고의 매니저이기도 한 소녀, 하루까는 작품 내내 히로와 히데오, 히까리의 사이에서 때로는 긴장감을, 때로는 슬픔을, 때로는 감동을 주기도 하는 존재다. 얼마 전에 만들어진 드라마에서는 하루까가 여자 주인공으로 나올 정도로 그녀가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워낙에 크다. 물론 노다, 야나기 등 최고의 조연들도 작품의 재미에 한 몫을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축은 히로와 하루까, 히데오와 히까리 이 네 명의 청춘남녀들의 감정선에 맞추어져 있으며 이들의 감정이 서로 교차할 때 독자들은 때론 조바심을, 때론 아련한 슬픔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 하나는 아다치 미츠루는 야구를 소재로 하는 청춘만화를 정말 잘 그린다는 것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정말 정신없이 빠져들 만화 "H2"는 찌는 듯한 요즘, 무더운 여름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