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도다
신인작가의 재기 넘치는 신작을 보는 일은 만화애호가에게는 큰 기쁨이다.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신간 “탐나는도다”는 역사와 픽션을 적절히 조합한 소재에 작가 특유의 발랄함이 넘치는 개그를 가미하여 신인답지 않은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하는 작품이다. 책표지에 나와 있는 ...
2007-08-07
안성환
신인작가의 재기 넘치는 신작을 보는 일은 만화애호가에게는 큰 기쁨이다.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신간 “탐나는도다”는 역사와 픽션을 적절히 조합한 소재에 작가 특유의 발랄함이 넘치는 개그를 가미하여 신인답지 않은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하는 작품이다. 책표지에 나와 있는 작가 소개는 무척이나 간단하다. 정혜나, 호랑이띠(아마 86년생 일듯), 2006 서울문화사 신인만화가 대공모전 은상 수상, 현재 윙크에 “탐나는도다” 연재 중, 즉 이 작품이 데뷔작이자 첫 단행본이라는 이야기인데 단순히 작품만으로 보자면(편집부의 도움인지, 작가의 역량인지는 알 수 없으나) 대성할 기미가 엿보인다. 작년,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단행본으로도 많은 판매고를 올렸던 같은 잡지의 “궁” 역시, 신인작가가 이루어 낸 만화계의 쾌거였다. 요즘 만화계의 추세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확실히 역사와 픽션을 결합하는 것은 매력적인 소재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궁”은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였다면?”이라는 매우 독특한 설정에 “평범한 여고생과 황태자의 사랑이야기”라는 매력적인 스토리라인과 작가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넘치는 개그센스가 조합되어 근간에 만화계에서 보기 드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아직 1권밖에 나오지 않아서 단정할 수 없으나 “탐나는도다”가 지향하고 있는 지점도 “궁”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작품의 배경은 1640년대 조선의 제주도, 동양의 문화에 거의 중독 수준으로 푹 빠져 나가사키로 향하던 무역선에 밀항했던 영국귀족집안의 자제 윌리엄이 폭풍을 만나 배가 난파하면서 제주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씩씩한 해녀 버진이와 만난다는 설정이 “탐나는도다”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물론 재미있는 작품에 필수 요소인 매력적이고 개성적인 다양한 주변 인물도 등장한다. 제주도로 귀양 와서 버진이 네에 묵게 된, 잘생겼으나 거만하고 푼수 같은 선비, 정체를 알 수 없는 할아버지, ‘무적의 해녀부대’를 이끄는 버진이의 엄마, ‘제주도 원빈’ 버진이 아버지, 네덜란드 상인으로 돈을 밝히고 생존력 강한 얀 등, 생생하게 살아있는 개성강한 인물들이 윌리엄과 버진이의 기이한 만남 주위에서 각자 변죽을 울리며 작품에 개그를 가미해 시종일관 발랄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해준다. “궁”의 성공신화를 이어가고자 윙크 편집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인작가 정혜나의 “탐나는도다”는 한마디로 ‘재미있고 유쾌하다’, 일본만화, 한국만화를 막론하고 순정만화에서 몇 십 년 동안 축적되어온 베스트셀러의 공식인 “평범한 여자와 왕자님의 사랑이야기”에 요즘의 코드인 역사와 픽션이 결합된 소재, 십대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필수 요소인 톡톡 튀는 개그 센스 등 소위 말하는 힛트작의 요소를 고루 갖추었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 조금은 정돈된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연출법이 너무나 산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이것은 1권만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어떤 작품이든 장편의 흐름을 타면 그림, 연출, 스토리 등 모든 것이 다듬어지기 시작한다. 이것은 만화만이 가질 수 있는 연재방식에서 기인하는 것인데 “탐나는도다”도 5권 정도를 넘어가면 “궁”처럼 안정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권에서 보여 지는 신선함과 재기발랄함이 워낙에 톡톡 튀는 느낌이라서 긴 연재 기간 동안 지치고 힘들지라도 초심을 잃지 않기를 빈다. 오랜만에 발견한 신선한 신인 작가의 작품이 무척이나 ‘탐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