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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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섬나라이면서도 동시에 고산지대가 즐비한 산악 국가이기도 한데, 그중에서도 "재팬-알프스" 는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지역이다.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라면 "일본에 웬 알프스?" 라고 머리를 갸웃 거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일본에 존재하는 산맥의 이름이다. ‘재팬-...

2007-08-06 석재정
일본은 섬나라이면서도 동시에 고산지대가 즐비한 산악 국가이기도 한데, 그중에서도 "재팬-알프스" 는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지역이다.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라면 "일본에 웬 알프스?" 라고 머리를 갸웃 거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일본에 존재하는 산맥의 이름이다. ‘재팬-알프스’는 나고야와 도야마를 가로지르는 지역에 있으며, 대부분 2,000m ~ 3,000m 에 이르는 고봉들로 구성되어 있는 거대한 산맥들의 집합지이다. 그렇다보니 이 지역을 "일본의 지붕" 이라고도 부른다. 메이지시대에 이곳을 탐사했던 영국의 산악인이자 목사인 "월터 웨스턴(Walter Weston)" 이라는 사람이 이 지역을 보고서는 마치 유럽의 알프스 같다는 표현을 하면서부터 ‘재팬-알프스’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실제로 알프스 못지않게 웅장하고 멋진 지역인 것은 사실이며 특히나 우리나라 산맥들이 둥글고 낮은 편인 것과는 달리, 높고 깎아지른 듯한 산등성이와 깊게 패인 협곡을 가진 이곳의 지형은 확실히 특별한데가 있다. 이런 지리적 조건 때문에 이곳 나가노 현과 ‘재팬- 알프스’는 일본 등산과 트레킹의 성지처럼 되었고, 일찍부터 여름과 겨울 휴양지로 발달하게 됐다. 미 군정청이 미군 휴양지를 세우고, 최초로 스키용 리프트를 만들어 운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곳이다. (출처 - http://blog.naver.com/hideep/90013319192) “산”이라는 매우 특이한 만화를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작품의 배경이 되는 나가노 현에 위치한 ‘일본의 알프스’를 알아둘 필요가 있어 인터넷의 도움으로 어렵게 자료를 찾아 본문에 인용하였다. 만화 자체가 주는 매력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데 1권이 넘어가는 중반까지도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가 뒤엉켜진 연출방식을 구사한 작가의 배려(?)덕분에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필자가 워낙에 등산에는 문외한이어서 그런 거겠지만 뭐가 어쨌든 간에 이 “산”이라는 매력적인 만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일본의 나가노 현에 위치한 ‘재팬-알프스’에 대해 대략적으로라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만약 그것도 귀찮다면,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곳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아시아권에서 동계 올림픽을 유치한 국가는 일본이 유일하다. 72년의 삿포로 동계 올림픽과 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인데, 굳이 유치 이유를 설명하자면 단순히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한 제반 설비나 국력의 문제만이 아니라, 나가노 현의 ‘재팬-알프스’가 세계적으로 워낙에 유명한 산악지대라서 가능했다고 한다) 전 세계의 고봉을 등정하면서 인명구조원으로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주인공 산포는 고국인 일본으로 돌아와 ‘재팬-알프스’ 지역의 민간 구조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산을 워낙에 사랑하는 산포에게 산에서 생활하며, 조난자를 구하고, ‘재팬- 알프스’의 사계절을 빠짐없이 맛볼 수 있는 이 직업은 보람차고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이 만화가 주목하는 것은 산을 사랑하는 남자들의 어설픈 로망 따위가 아니다. 아무리 화창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지금 현재 사람들의 눈앞에서 보여주고 있다 하더라도, 산은 언제라도 잔인한 악마로 돌변할 수 있는 무서운 장소이며 문명의 이기 속에서 편안하게 살아가며 야생의 생존력을 잃어버린 나약한 인간이 조난을 당하고도 홀로 살아남을 수 있는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 이 만화가 주목하고 있는 지점이자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이다. 현재 4권까지 나와 있는 이 만화의 에피소드 대부분은 조난을 당해 목숨을 잃거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들의 가슴 아프고 처절한 사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매우 특이하게도 이 작품은, 산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산에게 상처를 입는 주인공 산포를 통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을 보여줌으로서 ‘산악사고의 이면’에 존재하는 자연과 인간과의 진정한 소통방법을 때로는 웅장하게,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가슴 아프게 그려내고 있다. 또 하나 사족으로 이 작품의 장점을 덧붙이자면, 박진감 넘치는 등반 이야기와 잔잔한 사연을 잘 조화시킨 매력적인 연출법, 보기 편하면서도 산의 아름다움과 잔인함이 매우 잘 표현된 뛰어난 그림, 산악사고와 얽힌 감동적인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전반적인 스토리라인과 함축적이고 유려한 대사,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할 등반 지식 등이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다는 점 등이다. ‘산악인이 봐야할 만화는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당당히 외치는 듯한 작품, ‘산’은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는다면 감동이 배가 될 것이고 전문적인 소재의 만화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아주 색다른 감동을 줄만한 훌륭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