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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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와 클로버

“3평 플러스 부엌 1.5평, 욕실 없음, 대학까지 걸어서 10분, 지은 지 25년, 집세 3만 8천 엔, 방음이라고는 제로에 전부 자취생, 아침 햇살이 눈부신 동향, 미대에 합격해 도쿄에 상경했는데, 학교 주위가 온통 밭이라 놀라고, 내가 지은 밥이 너무 맛없어 놀라...

2007-08-03 안성환
“3평 플러스 부엌 1.5평, 욕실 없음, 대학까지 걸어서 10분, 지은 지 25년, 집세 3만 8천 엔, 방음이라고는 제로에 전부 자취생, 아침 햇살이 눈부신 동향, 미대에 합격해 도쿄에 상경했는데, 학교 주위가 온통 밭이라 놀라고, 내가 지은 밥이 너무 맛없어 놀라고, 대중탕 요금에 놀라고, 산더미 같은 과제에 놀라고, 하지만 이젠 그런 것도 다 일상, 대학 4학년 21세” 평안하고 따스한 느낌의 담담한 나래이션과 너무나 비교되는, 북적거리고 소란스러운 자취촌의 아침풍경을 그림으로 묘사하면서 한편의 청춘만화가 시작된다. 일본의 국민 아이돌 아오이 유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신드롬을 일으킨 아름다운 청춘이야기 “허니와 클로버”다. “허니와 클로버”는 미대생 5명의 서로 엇갈린 짝사랑을 그린 청춘 연애만화다. 일본에서만 48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2005년 후지TV의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이어 동명의 실사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주연에 인기그룹 ‘아라시’의 사쿠라이 쇼가 소심한 청년 다케모토 역을, ‘하나와 앨리스’, ‘훌라 걸스’ 의 “국민아이돌” 아오이 유우가 천재 화가 하구미 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나의 콘텐츠가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로, 드라마로 이어지는 “원작의 산업화”는 차치하고서라도, 단순히 “원작의 가치”만을 논함에 있어 만화애호가인 나에게 “허니와 클로버”는 가슴 깊이 곱게 간직하고 싶은,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다. 청춘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가슴 한구석을 스치는 아련하고 애잔한 느낌, 너무나 아름다웠으나 너무나 불안하기도 했던, 그 푸르렀던 시절,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허니와 클로버”는 독자들을 푸르렀던 그 시절로 조용히 안내한다. 4.5평짜리 방에 방음은 제로인 낡은 아파트에 모여 사는 가난한 미대생들, 순정파 짝사랑남인 마야마와 순진무구한 소심청년 다케모토는 하나모토 교수의 조카이자 미술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소녀 같은 여자 하구미를 만나게 된다. 다케모토는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하구미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하고, 연상의 여인을 짝사랑중인 마야마를 언제나 바라보고 있는 야마다는 그저 가슴이 아플 뿐이다.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괴짜천재 모리다가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5명을 둘러싼 사랑의 화살표는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허니와 클로버”는 일단 재밌다. 만화를 좋아하던 좋아하지 않던 간에 아마도 1권의 중간쯤부터 어느새 이 사랑스러운 젊은 남녀들에게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짝사랑”에 관련된 이야기라서 슬프고 무거운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 만화에서 슬프고 무거운 이야기는 한 번도 정면으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미대생들의 재밌고 유쾌한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이 만화 구성의 대부분이고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아기자기한 잔재미도 쏠쏠해서 지루함이나 슬픔 같은 걸 느낄 틈이 없다. 그러나 아주 가끔, 에피소드의 중간 중간에 끼워져 있는 애잔한 느낌의 독백과 잔잔한 연출이 독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막막하기만 했던 청춘의 불안함과 상대의 진심을 몰라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했던 그 시절, “짝사랑”은 그저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허니와 클로버” 영화카피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본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