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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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데트의 모험

권교정 작가의 신작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작가의 팬들 사이에서는 그간 연재가 중단된 작품들이나 미완된 작품을 먼저 끝내주었으면 하는 것이 독자로서 너무나도 간절한 바람이겠지만 일의 선후관계를 떠나서 재능 있고 실력 있는 작가의 신작을 본다는 것은 만화애호가로서 더할 ...

2007-07-26 안성환
권교정 작가의 신작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작가의 팬들 사이에서는 그간 연재가 중단된 작품들이나 미완된 작품을 먼저 끝내주었으면 하는 것이 독자로서 너무나도 간절한 바람이겠지만 일의 선후관계를 떠나서 재능 있고 실력 있는 작가의 신작을 본다는 것은 만화애호가로서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다. 권교정 작품의 특징은 “오소독스(orthodox)한 바탕 안에 숨어있는 유니크(unique)한 감성”인 것 같다. 대표작인 “헬무트”나 “올웨이즈”, 연재중단 된 “마담 베리의 살롱” 등에서 펼쳐지는 ‘권교정 만의 작품세계’는 전통적인 순정만화의 문법에 익숙한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기본구조가 이야기 안에 확실하게 살아있지만, 덤덤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고요하고 잔잔한 작품의 분위기가 시종일관 유지된다. 그러다가 불쑥, 아주 갑작스럽게 주인공의 대사나 독백을 통해 삶의 비밀 한 조각을, 작가의 생각 한 줄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놓는 독특함이 존재한다. 권교정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이런 독특함이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작품을 천천히 음미하다보면 정말로 중독되듯이, 독자의 가슴 한 구석에 고요하게 ‘권교정 월드’가 탄생한다. 처음에는 다소, 이야기에 비해 그림체가 너무 엉성한 것이 아니냐는 몇몇 독자들의 비판도 있었지만 발표작품이 10편이 넘어가며 어느덧 중견작가가 되어버린 작가의 ‘권교정 월드’는 이미 확실하게 만화 팬들 사이에서 그녀의 작품을 애타게 기다리게 만드는 원인이자 목적으로서 단단히 자리하고 있다. 매우 독특하게도 “청년 데트의 모험”의 속편 또는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왕과 처녀”가 단행본으로 먼저 발간되었는데 새로운 상품화 전략이네 아니네를 운운하기 전에 본편인 “청년 데트의 모험”에 대한 매우 확실한 프로모션임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어둠의 용 “노이긴”을 죽이고 세상을 암흑에서 구한 데트는 나라를 세워 왕이 되었지만, 수십 년이 지난 현재, 데트의 모습은 동료들과 정인을 잃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노인일 뿐이다. 이런 데트의 모습을 단행본으로 미리 접한 독자들은 당연히 본편인 “청년 데트의 모험”을 목 놓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부응하듯 3권의 단행본이 짧은 간격을 두고 출시되었다. 방대하고 흥미진진한 이 모든 이야기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페라모어 이야기’부터 권교정 만의 매력을 확실하게 보여주며 시작하는 “청년 데트의 모험”은 독자들의 목마름에 충분히 보답하는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다른 모든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청년 데트의 모험”에서도 권교정의 재능은 확실하게 빛난다. 권교정은 자신만의 확실한 작품색깔뿐만 아니라 세계관, 설정, 캐릭터, 스토리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치밀함을 갖춘 작가이기도 하다. 작품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페라모어 이야기”에서 본편의 세계관과 설정을 세세하고도 재미있게 풀어놓은 작가는 독자의 가슴 한켠을 뭉클하게 하는 라자루스와 페라트의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로 프롤로그를 끝맺음으로서 본편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도와 기대치를 최대한 올려놓은 다음, 단행본 2권부터 드디어 본편 “청년 데트의 모험”안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만화 애호가로서 어쩌면 권교정 최고의 대표작이 될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게 한 “청년 데트의 모험”은 그 드넓고도 신비로운 대륙에서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데트의 흥미진진한 모험 속으로 독자들을 정신없이 끌어들일 것이다.